"수출부진 수입급증".

올들어 나타난 철강 수출입 현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이렇다.

작년 하반기 이후 국제 철강시황이 급속히 위축되면서 올초부터 수출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반면 수입은 원부재료 및 중후판 선재 등의 유입급증으로 인해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해 철강수출이 72억달러, 수입(원재료 포함)은 79억달러를 기록해
수출입 모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던 것과는 다소 양상이 바뀐 것.

실제로 지난 9월까지의 철강재 수출물량은 740만t으로 작년 같은기간의
741만t과 비슷한 수준이었으나 금액으론 43억9,600만달러로 전년동기의
55억6,900만달러에 비해 21.1%가 줄었다.

이처럼 수출금액이 감소한 것은 지난해 수출증가에 큰 힘이 됐던 철구조물
수출이 금년들어 일단락되면서 전년동기(10억8,600만달러)에 비해 8억달러
이상 줄어든 2억5,200만달러에 그쳤던 게 결정적이었다.

게다가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인 열연강판 냉연강판 등의 평균 수출가격이
지난해 피크 대비 최고 20%정도 떨어진 것도 원인이었다.

품목별로는 3.4분기 들어 형강류의 수출이 다소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으나
와이어로프류와 전체 철강수출의 60%이상을 차지하는 판재류의 국제시황이
살아나지 못해 철강재 수출이 월간 5억달러에도 못미치는 실정이다.

수입의 경우 9월까지 물량으론 1,355만t으로 전년동기에 비해 24.1%가
늘었다.

금액으로는 61억6,700만달러로 10.5% 증가했다.

특히 일부 업자들의 무분별한 저가품 수입으로 일부 품목에선 시중재고가
크게 증가하는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품목별로 보면 선철 합금철 고철 등 원재료의 수입증가세가 여전하다.

상반기중 높은 신장세를 보였던 판재류 수입은 3.4분기중 열연강판을
중심으로 상승곡선이 둔화된 상태.

하반기부터 조정관세가 적용된 형강류도 상반기에 비해 약세를 보이고
있다.

어쨌든 수출부진, 수입급증 현상이 연초부터 계속됨에 따라 9월말 현재
철강부문 무역적자는 17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작년 같은기간중 적자규모 6억8,200만달러에 비해 2.5배 가량 늘어난
셈.

문제는 내년인데 철강업계는 다소 낙관하고 있는 분위기다.

올 4.4분기 이후 국제 철강시황이 일본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회복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 수출업계의 지속적인 노력도 이같은 낙관을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수입의 경우 국내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철강수요가 줄어들 것이 뻔해
증가세가 주춤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내년중엔 올해와 같은 최악의 상황에선 벗어날 것이라는 게 철강업계의
"전망반 기대반"이다.

< 차병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