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불 소득, 100억불 수출"이란 구호아래 무섭게 추진되던 수출
드라이브 정책은 사실상 자취를 감춘 셈이 되고 말았다.

정부의 직접적인 수출지원책을 문제삼는 국제 경제환경의 변화, 민간의
자율과 창의를 바탕으로 93년부터 추진해온 신경제 무역발전추진전략 등
안팎의 요인이 맞물려 상승작용을 한 때문이다.

신경제 무역발전전략은 무역과 관련된 각종 규제를 풀자는 취지가 강한
정책이었다.

다시말하자면 정부가 이니셔티브를 잡고 무역정책을 펴거나 수출을 지원할
수 있는 각종 수단을 민간에 대폭 위임했다는 얘기다.

이런 상황에서 무역지원책은 은근해질 수 밖에 없었다.

간접적인 지원책들이 시행되면서 정부의 무역정책은 기업들이 활발하게
무역활동을 벌일 수 있는 경제여건이나 환경을 조성해주는 쪽으로 물꼬가
돌려졌다.

올해들어 정부가 5차례에 걸쳐 발표한 각종 경제대책도 사실은 무역문제가
출발점이었다고 해석해도 전혀 무리가 없다.

4월부터 수출이 부진하고 무역수지 적자규모가 예상보다 커질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 제시된 대책이 6.7조치.

당시 정부는 중소기업들이 마음놓고 수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준다는
차원에서 수출보험 지원규모를 4조3,000억원에서 8조원으로 늘렸다.

또 보험료 할인율도 10%에서 15%로 확대해 줬고 수출을 할때 받을 수 있는
선수금의 한도도 계약금액의 10%에서 15%로 넓혔다.

이보다 앞선 6월초에는 영수한도를 적용하는 기준도 계약건당 2만달러에서
3만달러로 높였다.

해외시장 개척기금한도도 3억원으로 1억원을 증액시켰고 규제완화
차원에서 각종 수출입절차도 간소화했다.

물론 대부분이 간접적인 단기성 지원책들이다.

그러나 수출문제가 개선될 조짐이 보이지 않자 구조적인 문제라고 판단한
정부는 중.장기적인 경쟁력 강화방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이른바 7.2조치였다.

기업들의 수출환경보다는 국내 경제활동여건을 근본적으로 강화시켜
수출기반을 확충하자는 게 취지.

수출지원의 "은근성"은 더욱 색채가 짙어진 셈이다.

7월말에는 경상수지 개선차원에서 7.2조치를 보완하는 대책이 발표됐다.

이에따라 7월까지 수출상품의 구조를 고도화하고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안으로 중화학공업 중소기업형경공업 미래유망산업 등 30개 업종별
경쟁력 강화대책이 추진되고 있다.

또 "신산업발전 민관협력회의"를 통해 민과 관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공동으로 모색하고 있다.

한승수경제팀이 출범하면서 기업활력회복대책인 9.3조치가 나온뒤 그
후속으로 "경쟁력 10%높이기"를 내용으로 하는 10.9조치가 이어졌다.

수출선수금 영수한도를 20%로 올렸고 수출용 원자재 연지급수입기간을
30일 연장하는 등 직접지원 성격도 있었지만 원칙적으로는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여 국내외의 문제에 대처한다는 간접 지원책의 모양새가 강했다.

각종 규제를 풀어 기업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주면
경쟁력은 자연스럽게 올라가지 않겠느냐는 판단이 작용했던 것이다.

결국 올한햇동안 각종 경제대책들을 연결선상에서 살펴보면 앞으로 정부가
취할 수출지원책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또 지금까지 취해온 각종 조치들을 개별 사안별로 들여다 보면 한계에
다다른 느낌을 준다.

규제완화와 관련, 더이상 풀어줄 만한 여지가 많지 않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수출지원책의 폭도 그만큼 제한적일 것이라는
예측도 가능하다.

통상산업부 실무자들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는 수출지원책은 이같은 상황과
거의 흡사하게 맞아 떨어지고 있다.

먼저 수출보험을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문제는 국내 중소기업들의 육성과도 맥을 같이 한다.

즉 수출 노하우가 적은 기업들은 과감하게 거래선을 해외로 돌리게 하고
수출대금을 못받는 등의 부작용을 보험으로 처리해 주자는 것이다.

시장개척에 수출보험만한 기능과 역할을 할 수 있는 대책이 없다는 게
통산부의 판단이다.

때문에 기금규모를 더 키우고 수출보험 이용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대상기업의 폭도 확대하는 방안을 어떻게
마련하겠느냐가 앞으로의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기업들이 해외 전문전시회에 참여하고 활용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이다.

통산부는 KOTRA 등에서 수행하고 있는 시장개척단 활동보다 전시회를
이용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가령 컴퓨터나 악기 전시회를 예로 들어보자.

전문전시회라면 많은 사람들이 몰릴 것이다.

그중에는 제조기술 관련분야의 전문가가 있을 것이고 세계적인 바이어들도
포함될 것이다.

따라서 시장개척이나 기술개발때 중요한 모멘트로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그다음은 제품에 비해 푸대접을 받는 양상을 개선하는 방안.

물건 제값 받기와 직결되는 문제이며 세계화를 추진하면서 국가 이미지를
홍보하는 것과 발맞춰 이뤄져야 할 부분이다.

여기에는 기업들의 입체적인 마케팅전략이 수반되야 할 것으로 통산부는
파악하고 있다.

물론 통산부는 질 좋고 싼 제품을 개발하는 문제를 경쟁력 향상에 가장
중요한 문제로 판단하고 있다.

신기술을 이용한 신제품을 만드는 것이 기본적인 해결책이다.

이렇게 되면 세계경제의 호.불황에 전혀 신경을 쓸 필요가 없고 수요도
스스로 창출함으로써 파는 사람이 시장을 지배하는 셀러스마켓(Seller''s
Market)으로 유도할 수 있다.

바로 이점에서 기술개발 투자를 유도하는 간접 지원책이 강하게 시행될
필요성이 있다.

수출주력업종이 몇개로 한정돼 어려움을 겪는 현상황을 타파하는 지름길은
기술개발로 집약된다는 분석이다.

한편 통산부는 수출뿐 아니라 수입측면에서도 규모가 커짐에 따라 산업
피해 구제제도를 보완할 필요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함께 기업활동의 국제화가 급속하게 진전되는 점을 감안, 기업들의
해외영업활동을 통상면에서 지원하는 근거도 마련할 예정이다.

또 저가 수입품이 무분별하게 유입돼 국내 제품을 위협하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원산지표시제도도 보완할 계획이다.

정부의 수출지원책은 진작부터 수출환경이나 여건을 개선해주는 방향으로
시행되고 있고 그 강도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자율과 창의를 바탕으로 새환경에 적응하려는 기업들의 자구책이
그 어느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1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