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콘크리트에 싸여 매일매일 치열한 경쟁속에서 사는 현대인들은
도시를 탈출하여 자연으로 돌아가고픈 심정을 누구나 다 가지고 있을
것이다.

새벽 물안개속으로 하얀 물오리가족이 줄지어 가고 있는 어느 작은
호수가에서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한 태공을....

1994년 5월, 상상이 아닌 현실속의 태공이 되고자 결성된
한국정보통신(주) 생록낚시회는 회원 20여명의 가족적인 분위기속에서
동호인회의 즐거움을 누리고
있다.

생록회는 매월 1회의 정기출조 모임을 가지며, 연 2회에 걸쳐 바다낚시를
하고 있다.

지난 5월의 출조.

장소는 무려 7시간의 새벽길과 1시간여의 뱃길을 따라 도착한, 지도에도
나타나지 않는 전라남도 여수 인근의 작은 무인도.

출조전 부푼 꿈도 잠시, 나무 한그루 달랑 있는 초라한 작은 섬에
그날따라 싸리비가 계속 내렸다.

차가운 바닷바람마저 그 조그만 섬을 날려버릴것 같이 세차게 몰아쳐
회원들의 실망은 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하나둘씩 낚시포인터를 잡고 낚시를 하기 시작, 계속되는
노래미의 귀여운 입질에 회원들은 불안한 마음에서 벗어나 바다낚시의
재미에 흠뻑 젖어 갔다.

생선회의 고소한 맛을 느끼기도 잠시, 해가 저물면서 바람은 더욱
세차게 불어 텐트를 설치할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었다.

생록회의 단결력을 보여준 것은 이러한 어려움이 있을때.

모두들 큰돌을 주워 바람막이 담을 쌓고, 노끈을 구해 텐트를 동여매어
태공의 진미를 지속할 수 있었다.

생록회 회원은 사내동호회중에서 확고한 위치를 굳히는데 공헌한
이춘석 고문과 최창환 전회장, 매운탕 요리는 천하제일이라고 자타가(?)
공인하는 박노학 회장, 회사업무뿐만 아니라 설거지에도 언제나 정열을
다하는 김원규 전총무와 황세운 회원, 언제나 배우는 자세로 임하는
최형석.노정화 신입회원, 낚싯대만 낚시를 하고 부업무(술)에 열중하는
허경만.오충훈 회원, 전총무의 설거지 정열을 이어받은 손광의 총무
(필자), 26개의 낚싯대를 보유한 실습교관 홍성준 회원, 중요하지만
소홀히 하기쉬운 소품을 언제나 챙기는 홍일점 원정희 회원 등이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