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 특허청에서도 명예퇴직자 환송식을 갖는다.

금년 들어서도 벌써 20명이 명예퇴직으로 우리곁을 떠났다.

명예퇴직제는 정년을 앞당겨 조기에 퇴직코자 하는 자에게 일정한 보상을
해주는 제도로 인사적체 해소와 퇴직자의 사기 진작을 위하여 오래전부터
공무원을 대상으로 실시돼 왔다.

최근 경기불황이 심해지면서 기업들도 경쟁력 강화차원에서 이 제도를
대대적으로 실시해 커다란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50대 직장인이 명예퇴직 하면서 겪게 되는 애환을 무대에 올린 "중년의
남자에겐 미래가 없다"는 연극은 바로 요즘 우리사회의 "명퇴 신드롬"을
잘 반영해 주고 있다.

또한 최근 서점가에는 김정현씨의 소설 "아버지"가 날개돋친듯 팔리고
있는데 이 소설은 가정과 직장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에 있으면서도 언제나
소외감과 외로움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이 시대 중년아버지들의 비애를
잘 그려주고 있다.

명퇴라는 이름아래 오랫동안 봉직하던 직장을 떠나고 있는 오늘의 50대
아버지들!

사실 그들은 유년시절에는 동란의 와중에서, 학창시절에는 데모의 열풍에서
방황과 번민의 시대를 살았고 사회에 나와서는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자고
허리띠를 졸라매며 일하는 것만을 보람으로 앞만보고 달려온 세대이다.

그래도 이만큼 열심히 뛰어온 "쉰세대"가 있었기에 자유분방하고 자신에
찬 오늘날의 "신세대"가 있는 것이 아닐까.

50대는 인생의 사계절중 제2의 인생을 열어갈수 있는 새로운 활력의 세대가
아닌가.

번민과 채찍속에 숨가쁘게 달려온 50대여!

다시한번 의지를 품고 앞으로 남은 30년의 인생설계를 다시 꾸며보자.

평생 어부로 살아왔던 베드로는 노년기에 각성하여 새로운 그리스도의 삶을
열었다.

켄터키프라이드치킨 가게앞에 서 있는 흰수염 달린 노신사도 자기 나이
64세때 세계적인 가게를 창업했다.

찬스에는 나이가 없는 법,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

왕성한 호기심과 날마다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플레이 어게인", 50대
아버지들이여!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