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 한국과 APEC .. 박노형 <고려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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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수비크에서 열린 제4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지난 25일 "비전에서 행동으로"라는 선언을 채택하고 폐막됐다.
이번 APEC 회의의 대표적인 성과는 다음과 같이 요약될수 있다.
우선 APEC 회원국들은 "마닐라 무역.투자 자유화 실행계획(MAPA)"을 통해
선진국의 경우에는 2010년까지, 후진국의 경우에는 2020년까지 무역.투자의
자유화를 달성하기 위한 실행계획을 약속했다.
세계 경제의 50%를 차지하는 APEC 회원국들이 늦어도 2020년까지 무역.투자
의 자유화를 자발적으로 실행하면 WTO를 중심으로 한 다자적 무역자유화가
보다 확실하게 실행될 것이다.
둘째 APEC 회원국들은 다음달 싱가포르에서 열릴 WTO의 첫 각료회의에서
정보 기술협정(ITA)의 채택을 지지하기로 합의했다.
전세계 정보기술무역의 80%가 APEC 지역에서 수행되는 점에서 APEC 회원국들
이 ITA의 채택을 지지한 것은 일견 당연하다.
그러나 자동차나 항공기보다 정보기술에서 더욱 큰 수출이익을 갖고 있는
미국이 ITA에 대한 APEC 회원국들의 지지를 확보함으로써 이번 APEC 회의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됐다.
셋째 APEC 회원국들은 APEC 경제인자문위원회(ABAC)를 설치하고 기업인
포럼을 개최하여 APEC 활동에 회원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했다.
아.태지역 국가들의 긴밀한 경제협력을 위한 APEC의 활동에 지역내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는 당연한 것으로 이해된다.
정부간 경제협의체인 APEC에 회원국 기업의 성공적인 참여는 앞으로 WTO와
같은 국제경제기구의 민주화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제4차 APEC회의의 성과에 대해 기대에 못미친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러나 아.태지역의 경제협력을 위해 지난 89년 출범한 APEC가 무역.투자의
자유화를 위한 구체적인 시간표를 실행에 옮기는 등 국제사회에서 중요한
지위를 갖는 점은 부인할수 없다.
이러한 APEC에서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APEC를 올바로 이해하고 APEC
에 대한 올바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우선 국내에서 APEC는 미주의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와 유럽의 유럽연합
(EU)에 버금가는 아.태지역의 경제블록으로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APEC는 엄밀한 의미에서 NAFTA나 EU와 같은 경제블록이 아니다.
NAFTA와 EU의 구성국들은 그들 사이의 무역에 대한 국가장벽을 법적으로
제거함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경제블록을 형성하고 있지만, APEC는 그 명칭이
말하듯이 "협력체"에 불과하다.
따라서 국제경제법상 APEC의 현재 지위는 상당히 불안정하다.
둘째 APEC의 불안정한 성격은 APEC 회원국들이 크고 작은 규모의 경제블록을
형성하고 있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18개 회원국들은 여러 경제블록을 형성하고 있다.
80년대에 호주와 뉴질랜드가 자유무역지대를 형성했고, 90년대에는 미국 등
미주국가들이 NAFTA를 형성했다.
2000년대에는 싱가포르 등 ASEAN 국가들도 자유무역지대(AFTA)를 창설할
것이다.
대만과 내년에 중국으로 반환되는 홍콩은 중국과 함께 화교경제권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결국 일본과 한국만이 다른 국가들과의 경제블록을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한국은 불안정한 실체를 갖는 APEC에서 외로운 입장에 놓여 있다.
APEC의 실체가 이처럼 불안정하기 때문에 우리가 미국과 같은 경제대국과
필리핀과 같은 경제소국 사이의 "가교"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APEC 회원국들이 개별적으로 또는 경제블록을 통해 자국의 이익
극대화에 충실하는 중에 우리가 국제적 이타주의를 실천해야 하는지
의심스럽다.
우리가 APEC에서 여하히 국익을 극대화하느냐에 관하여는 여러 전략이
제시될수 있다.
우리가 계속하여 경제블록의 구성이나 참여에 소극적이라면 WTO를 중심으로
하는 다자주의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하나의 전략이 되어야 한다.
이 점에서 이번 APEC회의는 좋은 선례를 만들었다.
미국은 ITA의 채택을 위한 EU와의 협상에서 만족스러운 입장에 있지 못했다.
이러한 미국이 다음달 WTO 각료회의에서 ITA가 채택되도록 APEC 회원국들의
지지를 확보함으로써 APEC의 전략적 활용가치가 확인됐다.
따라서 우리는 WTO의 다자체제를 움직이는 원동력으로서 APEC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우리의 국익이 무엇인가를 올바로 파악하는 것이다.
국가이익은 대체로 기업의 이익과 일치한다.
우리 기업의 문제는 우리 정부의 문제가 된다.
이 점에서 APEC 활동의 실질적 주체는 정부가 아닌 기업이 돼야 한다.
기업들은 자신의 문제와 그 문제의 해결책 등을 정부에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정부는 APEC에서 그들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국내 기업의 적극적인 주인의식과 정부의 투철한 서비스의식이 강조된다.
앞으로 APEC 회원국들은 정부와 기업과의 원활한 협조관계의 형성을 위하여
경쟁할 것이며, 정부와 기업과의 협조능력이 국가경쟁력의 새로운 요소가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국을 위한 APEC"를 만드는 것은 정부와 기업이 여하히 협조
하느냐에 달려 있다.
97년 캐나다 밴쿠버 APEC 회의에서 달라진 우리의 모습을 기대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일자).
지난 25일 "비전에서 행동으로"라는 선언을 채택하고 폐막됐다.
이번 APEC 회의의 대표적인 성과는 다음과 같이 요약될수 있다.
우선 APEC 회원국들은 "마닐라 무역.투자 자유화 실행계획(MAPA)"을 통해
선진국의 경우에는 2010년까지, 후진국의 경우에는 2020년까지 무역.투자의
자유화를 달성하기 위한 실행계획을 약속했다.
세계 경제의 50%를 차지하는 APEC 회원국들이 늦어도 2020년까지 무역.투자
의 자유화를 자발적으로 실행하면 WTO를 중심으로 한 다자적 무역자유화가
보다 확실하게 실행될 것이다.
둘째 APEC 회원국들은 다음달 싱가포르에서 열릴 WTO의 첫 각료회의에서
정보 기술협정(ITA)의 채택을 지지하기로 합의했다.
전세계 정보기술무역의 80%가 APEC 지역에서 수행되는 점에서 APEC 회원국들
이 ITA의 채택을 지지한 것은 일견 당연하다.
그러나 자동차나 항공기보다 정보기술에서 더욱 큰 수출이익을 갖고 있는
미국이 ITA에 대한 APEC 회원국들의 지지를 확보함으로써 이번 APEC 회의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됐다.
셋째 APEC 회원국들은 APEC 경제인자문위원회(ABAC)를 설치하고 기업인
포럼을 개최하여 APEC 활동에 회원국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했다.
아.태지역 국가들의 긴밀한 경제협력을 위한 APEC의 활동에 지역내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는 당연한 것으로 이해된다.
정부간 경제협의체인 APEC에 회원국 기업의 성공적인 참여는 앞으로 WTO와
같은 국제경제기구의 민주화를 가능하게 할 것이다.
일부에서는 제4차 APEC회의의 성과에 대해 기대에 못미친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러나 아.태지역의 경제협력을 위해 지난 89년 출범한 APEC가 무역.투자의
자유화를 위한 구체적인 시간표를 실행에 옮기는 등 국제사회에서 중요한
지위를 갖는 점은 부인할수 없다.
이러한 APEC에서 국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APEC를 올바로 이해하고 APEC
에 대한 올바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우선 국내에서 APEC는 미주의 북미자유무역지대(NAFTA)와 유럽의 유럽연합
(EU)에 버금가는 아.태지역의 경제블록으로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APEC는 엄밀한 의미에서 NAFTA나 EU와 같은 경제블록이 아니다.
NAFTA와 EU의 구성국들은 그들 사이의 무역에 대한 국가장벽을 법적으로
제거함으로써 진정한 의미의 경제블록을 형성하고 있지만, APEC는 그 명칭이
말하듯이 "협력체"에 불과하다.
따라서 국제경제법상 APEC의 현재 지위는 상당히 불안정하다.
둘째 APEC의 불안정한 성격은 APEC 회원국들이 크고 작은 규모의 경제블록을
형성하고 있는 점에서도 확인된다.
18개 회원국들은 여러 경제블록을 형성하고 있다.
80년대에 호주와 뉴질랜드가 자유무역지대를 형성했고, 90년대에는 미국 등
미주국가들이 NAFTA를 형성했다.
2000년대에는 싱가포르 등 ASEAN 국가들도 자유무역지대(AFTA)를 창설할
것이다.
대만과 내년에 중국으로 반환되는 홍콩은 중국과 함께 화교경제권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결국 일본과 한국만이 다른 국가들과의 경제블록을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한국은 불안정한 실체를 갖는 APEC에서 외로운 입장에 놓여 있다.
APEC의 실체가 이처럼 불안정하기 때문에 우리가 미국과 같은 경제대국과
필리핀과 같은 경제소국 사이의 "가교"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더욱이 APEC 회원국들이 개별적으로 또는 경제블록을 통해 자국의 이익
극대화에 충실하는 중에 우리가 국제적 이타주의를 실천해야 하는지
의심스럽다.
우리가 APEC에서 여하히 국익을 극대화하느냐에 관하여는 여러 전략이
제시될수 있다.
우리가 계속하여 경제블록의 구성이나 참여에 소극적이라면 WTO를 중심으로
하는 다자주의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하나의 전략이 되어야 한다.
이 점에서 이번 APEC회의는 좋은 선례를 만들었다.
미국은 ITA의 채택을 위한 EU와의 협상에서 만족스러운 입장에 있지 못했다.
이러한 미국이 다음달 WTO 각료회의에서 ITA가 채택되도록 APEC 회원국들의
지지를 확보함으로써 APEC의 전략적 활용가치가 확인됐다.
따라서 우리는 WTO의 다자체제를 움직이는 원동력으로서 APEC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우리의 국익이 무엇인가를 올바로 파악하는 것이다.
국가이익은 대체로 기업의 이익과 일치한다.
우리 기업의 문제는 우리 정부의 문제가 된다.
이 점에서 APEC 활동의 실질적 주체는 정부가 아닌 기업이 돼야 한다.
기업들은 자신의 문제와 그 문제의 해결책 등을 정부에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정부는 APEC에서 그들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국내 기업의 적극적인 주인의식과 정부의 투철한 서비스의식이 강조된다.
앞으로 APEC 회원국들은 정부와 기업과의 원활한 협조관계의 형성을 위하여
경쟁할 것이며, 정부와 기업과의 협조능력이 국가경쟁력의 새로운 요소가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국을 위한 APEC"를 만드는 것은 정부와 기업이 여하히 협조
하느냐에 달려 있다.
97년 캐나다 밴쿠버 APEC 회의에서 달라진 우리의 모습을 기대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