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노동관계법개정과 관련해 노조전임자임금지급 금지시기를 앞당기고
근로자파견제를 도입키로 하는등 당초안을 대폭 손질한 것은 국가경쟁력
강화에 더무게를 실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국가경쟁력강화와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국제적 기준을 동시에 충족
시키려는 그동안의 "절충수준"으론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국가경제를
살리기가 어려울뿐 아니라 오히려 기업의 생산활동에 저해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크다는 판단에 기인한 것으로 볼수 있다.

실제로 지금까지 조율된 정부의 개정안대로 내년부터 상급단체에 복수
노조가 허용될 경우 산업현장은 상당한 혼란에 부딪쳐 조업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재계는 우려해 왔다.

그래서 재계는 복수노조를 허용하더라도 노조전임자임금지급을 부당노동
행위로 간주, 처벌함으로써 무분별한 노동운동을 억제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이날 회의에서 복수노조허용시기, 노조전임자임금지급금지 시기, 교원의
단결권및 협약권 인정시기등 민감사항 뿐 아니라 근로자파견제와 쟁의기간중
대체근로허용범위등 미합의 쟁점사안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한 것도 따지고
보면 이같은 재계의 입장을 반영하기 위한 수순에 다름 아니다.

실제로 <>노조전임자 임금지급시기를 단위사업장 복수노조가 시행되는 오는
2002년부터 하자는 당초 계획을 바꿔 3년후부터 시행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이나 <>복수노조 허용시기도 당장 시행할 경우 산업현장에 상당한
혼란을 불러 일으킬 소지가 많은 점을 감안해 유예기간을 두자는 쪽으로
합의가 거의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그렇다.

쟁의기간중 대체근로문제도 현행과 같이 전면금지할 경우 조업손실을 줄일
수 있는 길이 없어져 결과적으로 영업의 자유를 침해하게 될뿐 아니라 국민
경제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 대체인력이 없는 사업장에 한해
하도급을 허용하자는 방향으로 자연스레 합의가 도출됐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2차개혁과제로 넘겼던 근로자파견제의 전격적 도입도 노동시장의
여건변화에 따른 유연한 인력활용및 파견희망인력의 고용촉진등으로 고용의
유연성을 제고한다는 점에서 회의 초장부터 긍정적으로 검토됐다는게 한
참석자의 전언이다.

그동안 노동부와 교육부간 의견이 첨예하게 맞섰던 교원의 단결권문제와
관련해선 교원지위향상법등을 개정해 노조가 아닌 교원단체로서 단결권과
제한적 협의권을 인정하되 3년간의 유예기간을 두는 쪽으로 잠정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날 회의에서는 국제적기준은 가급적 최소한의 범위에서만 반영하고
재계의 입장인 생산성향상과 국가경쟁력강화에 초점을 맞추는 방향으로
노동법을 손질한게 아니냐는게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문제는 이같은 내용의 법개정이 순조롭게 이루어질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다시말해 노동계나 야당등 이해당사자들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하고 설득할
것인가가 앞으로의 과제라면 과제라 하겠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노총과 민주노총등 노동계는 이미 변형근로시간제나
정리해고제등의 도입이 근로조건을 악화시킨다며 거센 반발을 보이고 있는
마당에 정부가 재계의 입장을 더 반영하는 쪽으로 재계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는 근로자의 손실을 보전해 주기 위해 근로자재산형성특별법을
제정키로 합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달중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는
노동계가 투쟁강도를 더 높일 것으로 보여 정부와 재계가 이에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가가 주목되고 있다.

< 윤기설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