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쿄 = 이봉구특파원 ]

10여년이상을 끌어온 NTT분할문제가 막바지 고비를 맞고 있다.

이문제를 둘러싸고 장외난투극을 벌여오던 앙숙 우정성과 NTT가
"이번에야말로 결론을 내자"는 결연한 자세로 팔을 걷어붙이고 물밑협상에
착수했다.

이제 더이상 결론을 유보할 수없는 막다른 입장에 처했다는데 인식이
일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양자간 협상은 지난3월 이뤄진 연립3당간의 합의내용이 기본틀이 되고
있다.

당시 연립3당은 <>우정성과 NTT가 협상테이블에 앉는다 <>NTT를 지역통신
및 장거리통신회사로 구분하고 지역회사는 다시 동서로 2분한다는 전기통신
심의회(우정대신의 자문기관)의 결론을 존중한다 <>차기통상국회(97년1월
소집)까지 결론을 도출한다는등의 3가지 사안에 합의했었다.

지난3월 각료회의에서 결정된 규제완화추진계획도 NTT문제와 관련해서는
전기통신심의회가 낸 의견의 취지를 이어받아 계속검토한다 고 규정하고
있다.

우정성과 NTT가 독한 각오 로 마주 앉게 된 것은 영국최대통신업체인
BT가 미국의 장거리통신회사 MCI커뮤니케이션을 합병한 것이 결정적
계기가 됐다.

세계는 통신대경쟁시대에 돌입해 있는데 NTT의 장래형태 조차 결정치
못하는 상황이 계속돼서는 일본은 영원히 낙후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진 것이다.

또 지난 총선거결과 3당합의의 중심역할을 했던 자민당이 승리하면서
정권을 계속 장악한 점도 양자가 무릎을 맞대는 큰 배경의 하나가 됐다.

전기통신심의회의 안이 그대로 적용된다면 말할 것도 없이 NTT는
장거리통신과 동서지역회사등으로 3분할되게 된다.

그러나 이안이 100%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는 관계자는 한사람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회사를 분할하는데 대해 NTT측이 워낙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데다 여론도
양분돼 있기 때문이다.

NTT분할문제가 이처럼 어려움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양측이 서로
자기논리를 내세우면서 팽팽히 맞서 있기 때문이다.

분할론자들은 우선 일본의 통신서비스요금이 물가대국을 상징하듯 너무
비싸다는데 초점을 맞춘다.

일본에서 미국으로 건 전화를 미국에서 다시 거는 형태를 취해 요금을
낮추는 소위 콜백시스템까지 유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경쟁력이 있을
수없다는 것이다.

요금이 비싼 최대원인은 NTT가 국내시장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으로
회사분할등을 통해 우선 일본내에서부터 경쟁체제를 구축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주장한다.

이에대한 NTT측의 논리도 만만찮다.

NTT는 전국1사체제라도 경영합리화를 통해 얼마든지 요금인하는 가능하며
회사를 나눌경우 서일본지역회사의 경우는 적자를 면치 못해 서비스가
오히려 악화된다고 주장한다.

또 하루가 멀게 새로운 서비스가 출현하고 국제경쟁이 격화되는 속에서
회사를 나누는 것은 시대흐름을 역행하는 것이며 연구개발력에서도 치명적인
손상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정당간에도 의견이 나뉘어 있다.

정치적으로는 자민당편이면서도 노조를 주요지지기반으로 하는 사민당이
분할에 극력 반대하는 전전통(NTT노조)을 의식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고 자민당의원중에서도 상당수가 NTT측의 논리에 동조하고 있다.

또 제3정당으로 떠오른 민주당도 NTT분할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식자층의 의견도 갖가지다.

세키모토 다다히로 NEC회장의 경우는 NTT는 분할이 아니라 분사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세계적인 경쟁력과 연구개발력을 유지하면서 경영을 효율화하려면
분사화외에는 대안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런가하면 일각에서는 NTT를 분할하기보다는 제2의 NTT를 만드는 것이
보다 합리적이라는 이야기까지도 나오고 있다.

무리하게 NTT를 분할하기보다는 다른 업체들을 하나로 묶어 NTT와
경쟁할 수있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NTT측은 분할을 막기위해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지난9월 18만5,000명의 사원을 오는 2000년까지 15만명으로 삭감하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내놓았고 가입요금도 단계적으로 인하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현재 3분당 140엔인 요금을 오는 2000년까지 100엔으로 끌어내리
겠다고도 공언했다.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NTT가 현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기는 간단치 않을
것같다.

연립3당의 합의가 아직도 유효한 상황인데다 우정성과의 협상에 착수한
이상 전기통신심의회의 의견도 상당부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3개회사가 아니라 동서2개회사로 나눠지는 선에서 타결책을
찾을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끝장을 보자"는 결연한 자세에도 불구, 양측의 입장
차이만을 확인한채 결론이 또다시 유보될 것이라는 관측도 결코 적지는
않다.

양측이 다시 합의에 실패할 경우 NTT문제는 회선독점을 중요한 무역
장벽으로 간주한 미국과의 사이에 또다른 통상마찰의 재료로 발전할
가능성도 배제키 어렵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