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주방장급인 그는 이 호텔에서 4년간 근무한 중견 조리사다.
신씨는 조리사는 조리에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조리는 맛을 종합해 내는 예술활동입니다.
따라서 자신의 철학이 없으면 독특하고 창조적인 맛을 내기 힘들죠"
주위 사람들은 그를 주관있게 생활하는 "멋"있는 사람이라고 평한다.
사회적 통념에 상관없이 자신이 원하는 길을 찾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신씨는 현직 조리사중 드물게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학사 조리사.
그러나 이 직업에 대해 확실한 신념을 갖고 주저없이 뛰어들었다.
졸업 후 그의 첫 직장은 LG전자.
그러나 1년도 채 안돼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직장이 안 좋아서가 아니다.
적성에 안 맞는다는 것이 이유다.
천성적으로 개인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일에 익숙한 신씨는 조직내
상하관계에 쉽게 동화되지 못했단다.
이때 그의 눈을끈 것이 바로 조리사라는 직업.
신씨는 뒤늦게 조리사가 그의 능력과 취향을 그대로 살릴수 있는
직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나 고학력이라는 조건은 조리사로 일하는데 도움이 안되었다.
오히려 "너무 많이 배웠다는 사실"이 걸림돌이 되었다.
힐튼호텔등 2~3군데에서 거절을 당한 그는 결국 삼성그룹에 공채로 입사,
고집대로 신라호텔주방행을 성취했다.
이때 집안의 반대는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조리사만 아니라면 어떤 일이라도 좋다"라고 할 정도.
그러나 끝내 집안사람들을 설득시켰다.
가장 맛있고 보기좋은 음식을 만들 자신이 있었기 때문.
현재 신준호씨는 이탈리아 음식중 전채(에피타이저)와 후식부문을 맡고
있다.
신씨에게는 꼭 이루고 싶은 꿈이 하나 있다.
손님들이 요리를 맛보고 다시 찾아올 수 있는 조리실력을 갖추겠다는 것.
부드러우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다부진 그의 얼굴을 보자니 멀지않아
세계최대 요리대회인 ITA에서도 환하게 웃을 날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