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무역구조가 좀처럼 개선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수입증가세는 두자리수를 기록하며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지만 수출은
겨우 제자리를 맴도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에따라 무역수지 적자도 눈덩이처럼 붙어 올해중 200억달러에 육박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2일 통상산업부가 발표한 ''11월중 수출입동향''을 보면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3% 증가에 그쳤으나 수입은 12.2%나 늘어났다.

이로써 올들어 11월까지의 무역수지 적자규모는 모두 1백86억4천2백만달러
로 사상최대 수준이다.

무역수지 적자규모가 이처럼 대폭 확대되고 있는 요인은 반도체 수출가격
하락에 따른 영향과 소비재를 중심으로 한 수입증가.

이들 요인은 그동안 누차 지적돼온 것들인만큼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
하기가 쉽지 않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통산부 분석에 따르면 반도체가격(16메가D램기준)이 지난해 11월 50개당
5달러에서 올 11월에는 9.5달러로 하락함에 따라 수출은 작년동기대비
42.1% 감소했다.

이 때문에 반도체 이외 품목의 수출이 이달중 11.6% 증가했음에도 전체
수출증가율은 0.3%에 머물렀다.

수출증가세는 지난 8월 "2백대 수출선도기업"을 선정, 수출을 독려해온
점에 비춰 그리 높은 수준은 아니다.

수출부진이 구조적인 문제임을 보여주고 있다.

무역수지를 악화시킨 더 큰 요인은 소비재를 중심으로 꺽이지 않고 치솟는
수입증가세.

소비재는 11월중에도 17.3%가 증가했고 원유는 동절기 수요증가로 50.8%나
늘어났다.

통산부는 이달중 수입면장(I/L)발급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0%가
감소한 점을 들어 연말연초엔 무역수지 적자폭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기대
하고 있다.

그러나 수출신용장(L/C)내도액이 역시 1.1%가 줄어 수출 역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연말에는 밀어내기식 수출이 몰리는 것이 보통임에도 L/C내도액이
이처럼 줄었다는 대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난 8월 수출선도 2기업들을 지정해 독려한 결과 체력소모가 이미
상당해 내년 수출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는 그래서 나오고 있다.

올해 무역수지 적자규모와 관련, 통산부 관계자는 연말에 무역수지 적자가
줄어든다는 점을 들어 1백90억달러 내외로 점치고 있다.

그러나 적자규모는 2백억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이 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
하다.

먼저 지난해의 경우 월간 규모는 6월부터 줄곧 10억달러를 밑돌다가 12월에
4천9백만달러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지난 8월 3백23억5천달러로 정점을 기록한 뒤 9월에 1백30억4천만달러로
감소세를 보였지만 이후 3달연속 증가세이다.

수출증가세가 미미한 상황에서 밀어내기식 수출이 보충할 수 있는 적자
규모는 제한적이어서 올해 적자는 2백억달러에 육박할 것이란 분석이다.

특히 내년도 경제운용 때문에 올 연말엔 밀어내기 수출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란 얘기까지 흘러 나오는 실정까지 감안하면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 박기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