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에 "와신상담"이란 말이 있다.

중국 전국시대때 오나라 왕 합려간 군대를 이끌고 월나라를 공격했다.

월나라 왕 구천은 이를 맞아 공격해 오히려 오나라 군대를 격파했다.

이 싸움에서 합려는 부상당해 죽었다.

합려의 아들 부차는 복수할 것을 잊지 않기 위해 땔나무위에서 잠을
잤고 마침내 회계에서 구천의 항복을 받았다.

"십팔사략"에서 기록된 "와신"의 출전이다.

그후 구천은 "회계의 치욕"를 잊지 않기 위해 쓸개를 자리 옆에 놓고
앉을때나 누울때나 쓸개를 핥았고 또 음식을 마주해도 쓸개를 핥았다.

이 같은 각고끝에 월왕 구천은 오군을 격파해 오왕 부차간 스스로
목숨을 끊도록 했다.

"상담"은 "사기" 월세가에 나오는 말이다.

우리 이봉주 선수가 지난 1일 일본 후쿠오카에서 있었던 국제마라톤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와신상담"의 결과라고 할수 있다.

이봉주는 올해에만 2차례나 우승을 놓쳤다.

한번은 "동아마라톤"에서 스페인의 마년 피스에게 1초차로 뒤졌고
애틀랜타 올림픽에선 남아공의 로시아 투과니에게 3초차로 밀렸다.

그래서 이봉주는 뒷심이 부족해 막판에서 우승을 놓친다는 징크스가
있었는데 이번에 그 징크스를 깨끗이 깬 셈이다.

이봉주는 이번 대회에서 스페인의 알베르트 후스타도를 2초차로 따돌리고
1위로 골인했다.

결과론이지만 그는 이 2초를 위해 올림픽후 석달동안 3,500km를 달리며
스피드와 지구력 등 지옥훈련을 했었다.

설욕의 대상인 투과니는 28km 지점에서 경기를 포기해 이봉주로선
아쉬울지 모르지만 그가 세계기록 보유자인 벨라이네 딘사모
(에디오피아)를 꺾은 것은 그의 저력을 말해 준다.

이봉주의 이번 대회 기록은 2시간10분48초로 그의 최고기록인 2시간8분
26초에 못미치지만 초속 3m의 바람과 진눈깨비가 날려 체감온도가 영하로
내려가는 악천후였으므로 부득이 했다고 할수 있다.

특히 그는 막판 스퍼트에 약했던 체력을 보완하기 위해 정봉수 감독
지도아래 5km를 15분10초대에 주파하는 순간 스피드훈련을 했었다.

그 결과 그는 34km지점부터 스퍼트를 시작해 후스타도의 맹추격을
뿌리치고 세계정상이 된것이다.

그는 육체적으로 왼발이 오른발보다 5mm 긴 짝발이고 쌍꺼풀 수술이
잘못돼 "꺼벙이"가 됐다지만 이봉주의 승리는 강인한 정신력과 치밀한
작전의 승리라고 할수 있다.

그가 이번 대회의 우승에 만족하지 말고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도
우승할 것을 기대해본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