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산전자의 수석연구원인 주광현부장(36)은 PC용 그래픽카드인 VGA의
멀티미디어화를 선도, 그래픽카드에 대한 고정관념을 허물어버린
주인공이다.

그래픽카드에 동영상처리표준인 MPEG과 TV수신 3차원 입체영상기능등을
붙인데 이어 최근에는 캡션비디오CD 소프트웨어인 "CCFE"기능을 추가해
영어학습의 새로운 패턴을 만들기도 했다.

주부장은 아주대 전자공학과를 졸업, 대우통신을 거쳐 삼보컴퓨터에서
VGA카드용 칩 개발에 몰두하면서 이분야와 인연을 맺었다.

그러나 그는 특유의 엔지니어 기질때문에 대기업에 정착하지 못했다.

대기업의 짜여진 틀이 체질에맞지 않다고 느낀 순간 아무런 대책없이
직장문을 나서버렸다.

그는 지난92년 몇개월간의 공백을 가진뒤 가산전자에 입사했다.

때마침 가산이 내놓은 첫 VGA인 "WinX VESA"가 히트하는 모습을 보고
힘을얻었다.

용산전자상가에 3,000장의 VGA카드를 출시하자마자 1주일만에 동이나
물건이 없어서 못팔 정도였단다.

추가로 내다판 5,000장도 1개월이 못돼 바닥나버리고 OEM(주문자상표부착
생산)으로 납품해줄 것을 요청해온 곳만도 17개업체에 이르렀다.

용산전자상가에서 대만산 VGA를 완전히 몰아내 버리는 쾌거였다.

주부장은 그제서야 "물만난 고기"처럼 한번 해보자는 각오를 다졌다.

2년후인 지난94년 WinX VESA 보다 안정성이 높고 데이터처리속도가 빠른
PCI규격을 채용한 " WinX PCI " 개발에 성공했다.

이때 한글처리를 지원하는 주문형반도체(ASIC)칩 디자인을 처음으로
개발, 현대전자에 OEM으로 납품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다음단계로 VGA카드의 멀티미디어화를 시도했다.

지난해 3월 VGA카드에 MPEG TV수신 화상통신등의 멀티미디어기능을 추가한
"WinX Perfect"를 내놓았다.

주부장은 "이제품에 그래픽 칩과 오버레이 칩을하나로 통합하는 신기술을
적용해 값이 싸면서도 화질은 뛰어났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사들이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적어도 오는 2005년까지는 MPEG 의 시대가 열릴것"이라며 "앞으로
비디오 사운드 그래픽카드와 모뎀의 기능을 통합한 중앙처리장치(CPU)의
개발에 도전하겠다"고 말했다.

주부장은 "엔지니어는 선진기술을 배워 자기 기술로 만드는데 집착해야지
월급에 연연하면 성공할 수없다"며 대기업을 선호하는 젊은이들의 직업관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 김수섭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