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동법개정과 관련한 논의가 활발하다.

자기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 모두 한마디씩 하는데 결론은 노사 양측이
모두 받아 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것을 두고 "우리 사회에 만연된 정치적 접근태도"라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이 될지도 모르겠다.

처음부터 결론을 내리고,서로 대치한 후 상대방으로부터 양보를 강요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번 논의의 중요성은 인적자원의 활용에 관한 요점을 내포하고 있으면서
21세기 국가경쟁력 강화의 목적을 가진다는 점에서 중언부언이 필요하지
않은 시기적 적절성에 있다.

공무원이자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나는 근로자와 경영자 모두에게 평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과연 이 시대,이 나라가 국제무역이 없었다면 생활의 질이 현재와 같을 수
있는가.

국가에 대한 충성심의 말은 내가 더 많이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수출을
통해 국부를 증식시키는 경영자와 근로자들의 땀의 무게는 우리 온 국민의
생활을 책임지고 있는 충성의 생산적 실천이라고 표현되어야 하지 않을까.

분명 생산적인 일에 종사한다는 것은 우리경제력의 근간이 되는 중요한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에 노사분규가 있을 때마다 극단으로 치닫지
않기를 바라고 걱정하는 것은 온 국민의 기원이 아니겠는가.

노동계는 "연대파업...", 사용자는 "시기상조..." 안타까운 마음이다.

법의 제정과 개정에 관하여는 권위를 가진 입법기관인 국회의 토론을
거쳐 표결로 정하는 것인데 벌써 "연대파업"이라는 것은 사리에 어긋나는
것이 아닌가.

경총이 이제와서 "복수노조 반대"성명을 낸다는 것은 논의의 판을 깨자는
것인가.

국회는 어떤 이익의 표출에 우선하여 국민 대다수의 이익을 대변하는...,
이번 개정작업과 관련하여서는 현재의 이익보다는 미래의 이익에 대비하는
국가 권력기관이다.

서로의 몫을 지나치게 고집해 국회가 보다 긍정적으로 개정안을 다루는데
실패하고, 서로의 주장만을 되풀이하는 소모전이 계속된다면 그 결과에
책임질 사람이 많다고 해서 미래의 불이익을 나누어 질 수 있는가.

매년 똑같은 방식으로 계속되는 불법노사분규, 똑같은 이슈, 평행선을
달리는 협상이 그 동안 얼마나 국민들을 질리게, 무관심한채 애정없는
눈으로 아예 고개를 돌리게 했던 것들인지. 이젠 달라져야 한다.

서로 합심하지 않고서 세계 대격변의 시기를 어떻게 넘길 것인가.

절대로 일방에 대한 비난이 아니다.

지금보다 무역량을 늘려 나가고, 무역선을 다변화하지 않고서는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이것이 현재의 최우선 명제가 아니겠는가.

서로 양보해야 한다.

법 자체보다도 사람에 대한 신뢰회복을 계속하기 위해 노사양측 대표자들은
구성원을 설득하는 노력도 결코 아끼지 않아야 하고 국가적 비전의 실현을
위해서도 막중한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이 논의는 국론을 분열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다.

힘과 지혜를 한 곳에 모으자는 것이다.

선진국들이 질시할 정도의 고도성장이후 많은 견제와 압력이 우리를
두려움에 빠뜨리고 있다.

이제 선진국의 징표라는 OECD가입이 실현되었다.

하지만 지금이 새로운 출발점이다.

이 시점에서 최선을 다해 양보 받기만을 원하는 정치적 태도보다는 최선을
다해 양보하는 가족적 문제해결 방식을 노사 양측에 권하고 싶은 것이
나만의 마음은 아닐 것이다.

조중혁 < 부산 사하구 다대동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