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골프는 되도록 사양하고 있지만 오래전 약속이라 나갔는데 그날
나는 첫홀에서 연속 OB 두방을 냈다.
껴 입는다고 입고 첫홀 티잉그라운드로 나갔으나 예상외로 찬 바람이
스웨터 속을 파고 들었다.
나는 할 수 없이 스웨터위에 또 바람막이를 걸쳤다.
당연히 몸 놀림이 극히 둔해졌다.
첫홀 티샷에서 볼은 왼쪽 45도 방향으로 그대로 나가 버렸다.
날라 가다가 휜 것도 아니고 처음부터 당기는 샷이 되며 직선으로
나가는 왼쪽 OB였다.
원인을 생각해 보니까 역시 "복장"이었다.
옷을 껴 입었으니 당연히 어깨가 덜 돌아갔다.
어깨회전과 더불어 클럽이 등뒤쪽으로 갔다가 앞으로 나와야 "각도"가
맞는데 회전이 안되니 클럽이 옆으로 가는데 그쳤던 것이다.
백스윙시 클럽을 옆으로 미는데 그치면 다운스윙에서도 그대로
목표쪽으로 밀어 주어야 볼이 페어웨이쪽을 향할 것이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다운스윙을 예전대로 하니 헤드를 주걱삼아 볼을
끌어 당기는 형태가 될 수 밖에.
OB두방이 난 후 나는 바람막이를 벗었다.
그후에는 얼토당토 않은 샷이 사라졌다.
요즘 골프는 나와 같은 경우가 많을 것이다.
추위를 막으면서도 "둔하지 않은 복장"을 하는 것도 골프실력의 일부.
또 "둔하다" 싶으면 볼 위치를 다소 가운데 쪽으로 옮기는 등 상황에
따른 스윙 조정도 필요하다.
겨울이라는 자연, 그 조건에 맞추는 것도 "전천후 골프광들"의 숙명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