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격언에 "밀짚모자는 겨울에 사라"는 말이 있다.

주가의 순환생리를 믿으라는 말이고, 따라서 반대심리로 투자하라는 말이다.

특히 소액 일반투자가로서는 이런 투자방식이 아니면 매일같이 널뛰는 주가
속에 뛰어들어 단기 차액을 내기란 마치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 보다 더
어렵다.

흔히 증시 주변에서 급등주를 발견해 단기에 승부를 내고 싶어하는 투자가들
을 볼수 있다.

신용매매도 주로 그런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

그들은 어찌보면 돈에 관심이 있다기 보다 주식매매 그 자체를 즐기려는
매니아 같은 속성도 일면 지닌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게 수없이 반복되는 상처속에서도 여전히 같은 방법
으로 단기매매를 계속하겠는가.

그런데 지금은 그 어떤 입장의 투자가도 운신의 공간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순환흐름을 기대하고 길목을 지키려니 경기의 바닥이 보이질 않고 급등주를
찾으려니 지난번 종목투자 후유증으로 웬만하면 다 물려 있으니 어찌해볼
수가 없는 실정이다.

이럴때 당국의 역할이 필요해 진다.

주식시장이란 그렇게 이성적 장치로만 되어있지 않아서 자체 추진력을 잃을
때가 간혹 나타나게 된다.

우리는 너무 잦아서 탈이지만 바로 이럴때 당국은 심리적 안전판 역할을
해주면 된다.

지금은 온세계의 돈을 다 끌어 모을 기세로 오르고 있는 미국도 지난 87년
블랙먼데이 때는 그대로 끝이나는 줄로만 여겨졌다.

당시 미국 국민을 향해 미국의 장래는 걱정하지 말라고 하던 미국대통령의
특별담화는 국가에 대한 신뢰를 당부했고 그것으로 투매를 막을수 있었다.

그리고 그 신뢰의 댓가는 오랜 세월을 거쳐 지금 눈부시게 나타나고 있다.

지금 한국 증시에 필요한 것도 바로 국가의 장래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다.

증시주변에 난무하는 너무도 기술적이고 너무도 단기적인 정보나 장치들이
21세기를 불과 4년 앞둔 우리나라의 장래의 모습을 가리고 있다.

지금 우리 증시에는 몇가지의 종목투자 정보가 아니라 국가의 비젼이 필요한
시점이다.

비젼있는 국민들은 장기투자나 저축을 하게 마련이고 그럴때 쓰는 말이
"밀짚모자는 겨울에 사라"는 말이다.

< 아태경제연구소 소장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