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 달라진다.

종래 성냥갑을 쌓아 올린듯 천편일률적인 모습을 지녔던 고층빌딩들이
갖가지 형상으로 개성을 표출하고 있다.

회색 일색이던 공공기관 병원 학교 아파트의 외관도 녹색 흰색 하늘색등
자연색으로 바뀌고 있다.

도시 곳곳에 공원 호수등 녹지공간이 들어서고, 개별공간도 주변환경과
어우러진 외형을 갖춰 가고 있다.

인간과 환경을 위한 개성있는 공간으로 탈바꿈되고 있는 것이다.

60년대이후 지금까지 서울을 비롯한 국내도시들은 성장위주 정책으로
쾌적한 주거및 사무공간을 창출해 내지 못했다.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인간을 위한 공간"이라는
개념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러나 1인당 국민소득이 1만달러를 넘어선 것을 계기로 시민들의 요구가
변하기 시작했다.

강석원 한국건축가협회장은 "90년대 들어 자연친화 멋 개성 편리성등이
도시건축의 화두로 떠오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변화가 가장 두드러진 곳은 주거공간.

목조주택 황토주택등 자연친화형 주택들이 대도시 근교에 눈에 띄게 늘고
있다.

딱딱한 벽돌과 시멘트로 규격화된 주택은 더이상 매력이 없다.

대신 산이나 강 호수 근처에 위치한 전원주택이 각광받고 있다.

이런 변화는 비단 도시외곽에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도심에 있는 주상복합건물에도 나타난다.

석촌호수 근처의 "경남레이크"는 빌딩 6층에 흙과 나무 꽃들로 녹지공간을
꾸며 놓았다.

올해 중반 완공된 "풍락동 씨티극동아파트" 3개동은 피라미드형태로
건설돼 신비감을 풍긴다.

변화의 물결은 사무공간에도 예외없이 불어닥치고 있다.

새로운 빌딩들은 설계단계에서부터 기능성과 미적감각이 동시에 강조된다.

강남 포스코센터처럼 인공지능을 건물조종장치에 부착, 쾌적한 분위기를
유지할수 있는 인텔리전트빌딩이 늘고 있으며 외관을 통해 개성을 강조한
빌딩도 증가추세다.

용산 국제빌딩, 삼성동무역센터, 여의도LG쌍둥이빌딩등은 개성건물의
대표적 예로 꼽힌다.

용산 국제빌딩은 보는 각도에 따라 모양이 달라지게 설계돼 다양성을
나타냈으며, 무역센터는 옆면을 각지게 구성해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정도를
표현하고 있다.

또 LG쌍둥이빌딩은 화합을 상징한다.

내부설계도 종래와 큰 차이를 보인다.

민간사무실의 경우 직사각형 형태의 좌석배치가 마름모나 원형으로 바뀌고,
관공서 병원 은행등에서는 가구의 위치를 방문자의 눈높이와 같게 배치하고
있다.

모든 점에서 인간중심 환경 건설이 큰 줄기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문화체육부와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제정한 대한민국환경문화상은 이같은
시대적 요구를 반영, 도시환경을 건축 조경 실내장식 환경조형등 4개부문
으로 나눠 매년 부문별 수상작과 종합대상작을 선정 시상하고 있다.

이로써 보다 나은 도시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는 건축관계자들을 격려,
아름다운 생활문화환경을 만드는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