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이 박용오회장체제를 전격 출범시킨 것은 창업 2세기를 맞아
그룹의 경영체질을 바꾸겠다는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그동안의 "보수.안정"에서 벗어나 해외사업과 고부가가치사업에 과감히
투자하는 공격경영으로 제2창업을 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는 얘기다.

두산그룹내에는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넌다"는 식의 과거 경영스타일로는
새로운 세기를 헤쳐나갈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해 있었던게 사실이다.

특히 모기업인 OB맥주의 연속적자로 그룹전체의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올들어서는 91년 "페놀사태" 이후 최대위기라는 소문이 나돌 정도로 어려움
을 겪어 왔다.

페놀사태로 일시 퇴진했다 컴백한 박용곤 명예회장이 4년도 안돼, 그것도
장남 정원씨(35.OB맥주 이사대우)가 아니라 동생에게 그룹경영의 대권을
넘겼다는 점에서 "강력한 리더십으로 난국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신임 박회장이 취임일성으로 "새로운 1백년의 기틀을 확고히 다지기 위해
그룹의 풍토를 도전적이고도 공격적인 분위기로 과감히 개선해 나가겠다"고
선언한 것에서도 같은 맥락이다.

두산그룹 관계자들 역시 "만능스포츠맨이며 활달한 성격의 박회장이
취임함으로써 그룹의 스타일은 물론 주력사업도 대폭 바뀔 가능성이 있다"
고 점치고 있다.

이와관련 그룹의 한 관계자는 새회장은 <>공격적 자세로의 그룹분위기
쇄신 <>국제화.개방화에 대비한 해외진출 확대 <>전문경영인 양성과 책임
경영제 확립 <>우수 인재 육성및 스카우트 <>외형중심에서 수익성위주로의
경영체제 전환등에 역점을 두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새선장을 맞은 두산호의 항로에는 만만치않은 난관들이 도사리고
있다.

지난해 1천1백억원의 적자를 낸 모기업 OB맥주의 수익성을 높히는게 최우선
과제이나 현재의 맥주시장 상황으로 보아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

정보통신 유통 레져등 고부가가치사업으로의 구조전환을 외치고 있지만
이미 상당수 대기업그룹들이 진출해 있는 터라 이 또한 여의치 않다는 지적
이다.

박용오회장은 이같은 난제를 풀 수있는 해법 제시와 위축된 그룹분위기의
쇄신이라는 양대과제를 짊어진 셈이다.

창업2세기를 맞은 두산그룹이 박용오회장체제의 출범을 계기로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 이영훈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