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중에 우리나라의 총외채규모가 1,000억달러를 넘었다는 사실은
우리경제의 어려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버는 것 보다 쓰는 돈이 많으면 빚이 늘어나는 것은 개인 살림이나
나라경제나 마찬가지며 이런 상태가 오래가면 망할 수 밖에 없다.

특히 걱정스러운 일은 만기 1년미만의 단기외채가 총외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이다.

단기외채는 시설투자와 같은 생산적인 목적보다 연지급수입 등의
소비적인 성격이 강한데다 국제금융시장의 상황변화에 따라 자칫하면
멕시코사태처럼 국민경제에 큰 부담을 주기 쉽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센프란시스코에서 "자본이동의 관리와 환율정책"이라는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서도 국제금융위기의 재발가능성에 대해 논의됐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 나라의 경상수지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5% 이상인 상태가 3~4년동안 계속되면 멕시코처럼 외환위기를 겪기
쉽다고 경고한다.

또한 단기외채의 비중이 높고 외환보유액이 급속히 줄어드는 경우 그리고
수출증가율이 급격히 둔화되는데 비해 소비재수입은 크게 늘어나는 경우
외환위기의 가능성은 커진다고 지적한다.

이런 점에서 볼때 최근 우리경제의 움직임은 걱정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올해 경상수지적자가 예상대로 200억달러를 넘는다면 GDP의 4%를
넘게 된다.

단기외채가 지난 8월말 현재 총외채의 58.5%나 되는 점 및 외환보유고가
지난 10월말 현재 322억3,000만달러로 불과 4개월 사이에 43억3,000만달러나
줄어든 것도 걱정스러운 일이다.

또한 우리경제는 수출의존도가 매우 높은데 올들어 지난 10월까지의
수출증가율이 4.6%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33.8%에 비해 크게 떨어진
점도 우려된다.

이밖에도 단기외채는 차입조건이 불리하고 요즘처럼 원화환율이
급등하면 원리금 상환부담이 크게 늘어나게 마련이다.

게다가 우리나라가 OECD에 가입함에따라 내년부터 자본시장과 외환시장의
개방이 단계적으로 확대되면 정책당국의 대응이 더욱 어려워지기 쉽다.

따라서 지난해말 현재 외채원리금 상환부담률이 5.4%에 불과하며
국민총생산(GNP)에 대한 총외채비율이 17.4%로 주요 채무국에 비해
상당히 낮다는 정책당국의 설명은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생각된다.

문제는 외채규모가 "관리가능한 수준"이냐라는 점보다는 외채구조가
나쁘고 상황이 빠른 속도로 악화되고 있는데도 적절한 대응방안이
없다는 점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금부터라도 정책당국은 시장자율을 해치지 않으면서
경상수지적자를 줄이고 외채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하겠다.

특히 지금까지는 외자유입증가에 따른 원화환율절상압력 등을 걱정해
왔지만 불황과 경상수지적자누적이 계속될 경우 외자유출의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본다.

개방경제로 가면 갈수록 과거에 겪지 못했던 정책과제가 적지않게
부각되게 마련이며 경상수지적자와 외채구조문제에 대한 대응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정책당국의 분발을 촉구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