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아/태 공동체의 기반 조성 .. 이성섭 <숭실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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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섭 <숭실대 교수 / 경제학>
아.태경제협력체(APEC)회의에 참가한 각국 정상들이 입었던 필리핀
전통의상 "바롱"을 필리핀에 정착한 한국인 디자이너가 만든 것이라고
해서 화제가 되었다.
두 나라 사이에 경제 관계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개척자들이
계속해서 나타나야 한다.
그들 하나하나의 노력에 의해서 국가간의 경제관계가 두터워지게 된다.
이 과정을 가속화시키기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정부는 두 나라 사람들이 보다 자주 접촉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하고
새로운 외교관계를 열며 교류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보다 우호적인 협약을 맺음으로써 양국관계의 발전을 제도화해가야
한다.
이를 통해서 아.태지역 국가들에 대해 흥미를 느끼는 사람들의 층이
두터워져야 하고 또한 두 나라 사람들 사이에 교류가 보다 빈번해져야 한다.
해외의 각 지역에 대한 지역학연구를 발전시켜야 한다.
그래서 해외의 각 지역에 대한 전문가가 많이 나와야 한다.
이러한 아.태지역 개발국가에 대한 접근전략이 마련되지 않고 표방되는
"개방적 지역주의"는 공허한 구호일 뿐이다.
WTO체제의 다자주의는 동남아 각국과 우리의 관계가 굳건히 수립된
연후에 그 의미가 빛날 수 있다.
APEC와 WTO가 추구하는 바가 같을 수 없다.
동남아를 여행하면 언제나 그 역동성에 놀라곤 한다.
사람으로 넘치는 공항, 시내 곳곳에 진행되는 건설공사, 복잡한 거리를
잘도 빠지는 택시와 오토바이 등등.
이러한 역동성이 18개 APEC회원국의 정상들을 필리핀 수비크에 불러모은
힘일 것이다.
동남아지역 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은 세계 다른 지역국가들의 그것과
비교가 안될만큼 높다.
지난 95년 GDP(국내총생산)실질성장률이 중국 10.2%, 싱가포르 8.9%,
말레이시아 9.6%, 태국 8.6%, 인도네시아 8.1%, 필리핀 5.1%, 한국9.0%에
달했다.
반면 독일 프랑스 영국의 성장률은 각각 2.0%,2.4%,2.4% 였다.
세계전체의 GDP에서 APEC 18개국의 GDP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의
경우 54.8%에 이르고 있다.
APEC 18개국의 수출이 세계전체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80년
32.9%에서 1995년 45.9%로 증가했다.
APEC 18개국이 실어낸 총수출 중에서 서로를 대상으로 한 역내수출의
비중도 1980년 56.8%에서 1992년 63.2%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 지역이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성장을 하고 있으며 서로간의 경제적
상호관계도 깊어지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높아가는 경제관계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 국가간의 공동체 사회에 대한
문화 및 제도적 기반이나 의식은 지극히 미약한 편이다.
특히 한국과 아.태지역 국가사이의 공동체 사회기반은 놀랄 만큼
발전돼있지 못하다.
구성이 다양한 만큼 이 지역의 정치.경제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도
다양하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이 지역에 대한 관심이 높다.
군국주의의 부활을 두려워하는 이 지역 국가들의 경계심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하고 측면에서 아.태협력에 열을 내고 있다.
아세안국가들은 그들의 경제발전을 위해서 이 지역 국가들로부터의 투자,
기술이전, 그리고 무역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러나 아.태협력으로 아세안의 결속력이 약화되지 않을까 두려워한다.
급속히 성장하는 동남아경제의 이면에는 싱가포르와 홍콩을 축으로
하는 화교자본과 네트워크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캐나다 호주 칠레 등은 이 지역 수출시장의 엄청난 규모에 매료되어 있다.
중국은 이 지역이 자신의 세력권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정치적 위치를
인정받고 싶어한다.
반면에 다른 국가들은 이익추구에 철저하면서도 신사적 매너에 익숙하지
못한 중국을 국제사회로 끌어냄으로써 국제규범에 따라 행동하는 법을
가르치고 싶어한다.
아.태협력운동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미국은 아.태협력포럼을
자신의 영향력을 이 지역에 행사할 수 있는 기회로 잘 활용하고 있다.
UR협상 시에는 GATT의 다자주의 원칙에 대한 지지를 아.태지역국가들에
요구했으며 또한 APEC정상회담을 통해 강택민을 자연스럽게 만나 미국의
메시지를 전하는 기회로 이용하기도 했다.
APEC에서 한국의 위치는 독특하다.
일본이 전면에 나서지 못하니 그 빈 공간을 한국이 채울 수 있다.
농산물을 포함한 자연자원에 대한 거대한 수입수요 덕분에 캐나다
호주 멕시코 칠레로부터 추파를 받을 수 있는 입장이다.
아세안은 한국의 적극적인 투자를 간절히 바란다.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면 미국의 발언권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입장이다.
중국을 1대1로 만나기 보다 APEC를 통해 만나는 것이 우리에게는 보다
유리하다.
우리는 이러한 외교적 이점을 APEC회원 각국과 개별적 우호관계 및
공동체 사회기반을 마련하는데 있어서 지렛대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APEC 마닐라 회의의 의제가 APEC경제인자문위원회 활동, 비즈니스
카드제 도입, APEC 과학기술 네트워크 등 보다 실질적인 토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 다행으로 느껴진다.
APEC교육재단을 한국에 설립하게 되었다니 이를 통해서 한국과
아.태회원국간에 교류를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5일자).
아.태경제협력체(APEC)회의에 참가한 각국 정상들이 입었던 필리핀
전통의상 "바롱"을 필리핀에 정착한 한국인 디자이너가 만든 것이라고
해서 화제가 되었다.
두 나라 사이에 경제 관계가 발생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개척자들이
계속해서 나타나야 한다.
그들 하나하나의 노력에 의해서 국가간의 경제관계가 두터워지게 된다.
이 과정을 가속화시키기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정부는 두 나라 사람들이 보다 자주 접촉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하고
새로운 외교관계를 열며 교류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보다 우호적인 협약을 맺음으로써 양국관계의 발전을 제도화해가야
한다.
이를 통해서 아.태지역 국가들에 대해 흥미를 느끼는 사람들의 층이
두터워져야 하고 또한 두 나라 사람들 사이에 교류가 보다 빈번해져야 한다.
해외의 각 지역에 대한 지역학연구를 발전시켜야 한다.
그래서 해외의 각 지역에 대한 전문가가 많이 나와야 한다.
이러한 아.태지역 개발국가에 대한 접근전략이 마련되지 않고 표방되는
"개방적 지역주의"는 공허한 구호일 뿐이다.
WTO체제의 다자주의는 동남아 각국과 우리의 관계가 굳건히 수립된
연후에 그 의미가 빛날 수 있다.
APEC와 WTO가 추구하는 바가 같을 수 없다.
동남아를 여행하면 언제나 그 역동성에 놀라곤 한다.
사람으로 넘치는 공항, 시내 곳곳에 진행되는 건설공사, 복잡한 거리를
잘도 빠지는 택시와 오토바이 등등.
이러한 역동성이 18개 APEC회원국의 정상들을 필리핀 수비크에 불러모은
힘일 것이다.
동남아지역 국가들의 경제성장률은 세계 다른 지역국가들의 그것과
비교가 안될만큼 높다.
지난 95년 GDP(국내총생산)실질성장률이 중국 10.2%, 싱가포르 8.9%,
말레이시아 9.6%, 태국 8.6%, 인도네시아 8.1%, 필리핀 5.1%, 한국9.0%에
달했다.
반면 독일 프랑스 영국의 성장률은 각각 2.0%,2.4%,2.4% 였다.
세계전체의 GDP에서 APEC 18개국의 GDP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의
경우 54.8%에 이르고 있다.
APEC 18개국의 수출이 세계전체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80년
32.9%에서 1995년 45.9%로 증가했다.
APEC 18개국이 실어낸 총수출 중에서 서로를 대상으로 한 역내수출의
비중도 1980년 56.8%에서 1992년 63.2%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 지역이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성장을 하고 있으며 서로간의 경제적
상호관계도 깊어지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높아가는 경제관계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 국가간의 공동체 사회에 대한
문화 및 제도적 기반이나 의식은 지극히 미약한 편이다.
특히 한국과 아.태지역 국가사이의 공동체 사회기반은 놀랄 만큼
발전돼있지 못하다.
구성이 다양한 만큼 이 지역의 정치.경제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도
다양하다.
일본은 전통적으로 이 지역에 대한 관심이 높다.
군국주의의 부활을 두려워하는 이 지역 국가들의 경계심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하고 측면에서 아.태협력에 열을 내고 있다.
아세안국가들은 그들의 경제발전을 위해서 이 지역 국가들로부터의 투자,
기술이전, 그리고 무역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러나 아.태협력으로 아세안의 결속력이 약화되지 않을까 두려워한다.
급속히 성장하는 동남아경제의 이면에는 싱가포르와 홍콩을 축으로
하는 화교자본과 네트워크가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캐나다 호주 칠레 등은 이 지역 수출시장의 엄청난 규모에 매료되어 있다.
중국은 이 지역이 자신의 세력권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며 정치적 위치를
인정받고 싶어한다.
반면에 다른 국가들은 이익추구에 철저하면서도 신사적 매너에 익숙하지
못한 중국을 국제사회로 끌어냄으로써 국제규범에 따라 행동하는 법을
가르치고 싶어한다.
아.태협력운동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미국은 아.태협력포럼을
자신의 영향력을 이 지역에 행사할 수 있는 기회로 잘 활용하고 있다.
UR협상 시에는 GATT의 다자주의 원칙에 대한 지지를 아.태지역국가들에
요구했으며 또한 APEC정상회담을 통해 강택민을 자연스럽게 만나 미국의
메시지를 전하는 기회로 이용하기도 했다.
APEC에서 한국의 위치는 독특하다.
일본이 전면에 나서지 못하니 그 빈 공간을 한국이 채울 수 있다.
농산물을 포함한 자연자원에 대한 거대한 수입수요 덕분에 캐나다
호주 멕시코 칠레로부터 추파를 받을 수 있는 입장이다.
아세안은 한국의 적극적인 투자를 간절히 바란다.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면 미국의 발언권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입장이다.
중국을 1대1로 만나기 보다 APEC를 통해 만나는 것이 우리에게는 보다
유리하다.
우리는 이러한 외교적 이점을 APEC회원 각국과 개별적 우호관계 및
공동체 사회기반을 마련하는데 있어서 지렛대로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APEC 마닐라 회의의 의제가 APEC경제인자문위원회 활동, 비즈니스
카드제 도입, APEC 과학기술 네트워크 등 보다 실질적인 토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 다행으로 느껴진다.
APEC교육재단을 한국에 설립하게 되었다니 이를 통해서 한국과
아.태회원국간에 교류를 넓힐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