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현 전경련회장이 최근 심각한 경제난 극복을 위해 대통령에게 긴급
명령 발동을 건의한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4일 낮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국회 국제경쟁력강화특위(위원장 장재식)와
국가경쟁력강화민간위원회와의 간담회에서 최회장은 얼마전 김영삼대통령을
만나 "지금은 국가위기이며 대통령이 긴급명령이라도 내려야 한다고 건의
했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회장부터 말단사원까지 5년간 임금을 동결하고 금융기관이
금리를 일본이나 대만수준으로 낮추지 못하면 금융인의 책임을 물리는 식의
긴급명령이 필요하다"며 이같은 뜻을 김대통령에게 전했다고 밝혔다.

최회장의 이같은 발언은 금융실명제에 버금가는 긴급명령이라는 "극약처방"
이 아니면 경제를 살리수 없다는 재계의 입장을 반영한 것으로 귀추가 주목
된다.

최회장은 최근 5~6년간 우리나라 노임은 세계에서 유례가 없이 5백% 가까이
올랐다며 "이같은 상황에서 근로자를 보호한다고 기업을 망하게 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강조, 정부의 노동관계법 개정을 비난했다.

그는 "경상적자 규모가 세계에서 두번째로 많은 2백억달러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노동법을 개정하겠다고 나섰다"며 "나라 망가뜨리려면
무엇을 못하겠는가"라고 반문, 강한 어조로 정부측에 불만을 토로했다.

최회장은 이어 "정부가 경쟁력 10% 높이기 운동을 시작했지만 금리나 임금
이 내려간 것도 아니고 종전과 달라지는게 없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경제가
파탄에 이른다"고 경고했다.

장재식 국회 국제경쟁력강화특위 위원장은 이에대해 "내가 하려던 말을
최회장이 대신했다"며 "경상적자가 GDP의 4.5%에 이르는등 최근 경제상황은
단기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금리가 외국의 2~3배 수준인 상태에서는 기업이 살아남기 어렵다고
최회장의 말에 동의했다.

장위원은 "더욱 중요한 것은 이같은 상황을 일시적인 경기변동으로 간주
하고 대처하는 정부의 태도"라며 "재경원 부총리마저 현상황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정부의 경쟁력 10% 향상운동도 구체적인 실천방안이 없다"며
"구체적으로 경쟁력을 높일수 있는 방안에 대해 재계로부터 진지한 의견을
들어 정부에 전달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참석한 업계대표들은 복수노조가 허용된후 영국 자동차 공장의
대부분이 문을 닫았던 사례를 상기시키며 "노동법 개정안은 전면 재검토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우리나라를 지켜온 양대지주는 근로의욕과 기업인의 활력이었다고
전제, 최근 근로자 공무원 가릴 것 없이 온 국민의 근로의식이 해이해져
가는데다 노동법 개정으로 기업의 활력마저 떨어지면 경제가 회생할 가능성
은 거의 없다고 강변했다.

또 노동법 개정이 "노가 양보했으니 사도 양보해야 한다"는 논리를 바탕
으로 진행되고 있으나 기업을 살려야 한다는 논리가 법개정의 근간이 되어야
한다며 국회가 리더십을 발휘해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 달라고 당부했다.

업계 대표들은 또 임금은 선진국 수준이나 생산성은 외국에 뒤지고 불량률
은 외국보다 높은 현실에서 복수노조가 허용되는 방향으로 노동법이 개정
되면 현재와 같은 경제위기가 장기화될수 밖에 없다며 국회차원의 대책을
요구했다.

< 김선태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