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경=김영근특파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중국과 수출입표준계약서 작성을 위한
협상을 벌이면서 협상타결에만 급급한 나머지 졸속으로 계약서안에
합의함으로써 관련업계로부터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5일 중국에 진출해 있는 한국기업들에 따르면 무공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진행해온 중국 대외경제무역합작부와의 한중수출입표준계약서 협상을 최근
마무리지었으나 최종 타결안에선 불가항력적인 계약불이행 사유에
근로자들의 파업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이는 파업으로 납품기일을 지키지 못했을때 수출기업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중국측 주장을 무공이 결국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중국에 제품을 수출하는 한국기업들은 앞으로 근로자들의
파업으로 납품기일을 어겼을 경우 손해배상 등의 책임을 물게됐다.

LG그룹중국본부 관계자는 "파업을 천재지변과 함께 불가항력적인 계약
불이행 사유로 인정하는 것은 국제적인 관례"라며 "한중수출입표준
계약서에서 이를 적용하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의 노동법은 파업을 금지하고 있다"며 "이번 수출입
표준계약서가 그대로 시행될 경우 한국 수출기업들만 손해를 볼 게
뻔하다"고 설명했다.

무공측은 이와관련,"협상엔 상대가 있기때문에 우리측 안대로 타결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라며 "일본과 독일도 중국과 표준계약서를 체결하며
파업을 불가항력적인 사항에서 제외했다"고 해명했다.

한편 서정락 무공중국본부장은 오는 10일 북경에서 이번에 타결된 수출입
표준계약서에 중국대외경제무역합작부측과 공동 서명한 뒤 한중 양국의
거래업체들에게 정식 통보할 예정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