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총과 민주노총이 정부의 노동관계법 개정안에 반발, 산하노조에
총파업돌입여부를 결정할 쟁의행위찬반투표를 실시하도록 지시함에
따라 산업현장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이미 현대중공업 현대자동차 미포조선등 현총련산하 9개 노조와
한국중공업 기아자동차 아시아자동차 쌍용자동차 대우중공업 부산지하철등
대규모 사업장 노조중 상당수가 파업을 결의했고 현대전자 대우전자
기아특수강 노조도 쟁의발생신고를 끝내 금명간 파업찬반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노총과 민주노총지시에 따라 빚어지고 있는 이같은 총파업움직임은
현행법에 반하는 명백한 불법이다.

기업별 노조를 택하고 있는 현행 노동관계법은 쟁의행위의 대상을
"근로조건에 관한 노동관계 당사자간 주장의 불일치"(노동재의조정법2조)로
규정하고 있고, 노동조합 대표자의 교섭권한도 "사용자 또는 사용자단체와의
단체협약의 체결 또는 기타의 사항에 대해 교섭할 권한"(노동조합법33조)
으로 한정하고 있다.

노동법개정안은 사용자 권한밖의 사안이다.

따라서 이를 놓고 단위 사업장 노사가 교섭을 벌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노조가 파업을 벌이는 것 역시 적법하다고 볼 수 없다.

단위 사업장 노조의 파업결의를 거쳐 여러 사업장 노조가 동시에 파업,
이른바 총파업에 돌입하는 형식을 취한다하더라도 사안이 노동법개정인
이상 합법화될 수는 없다.

정부가 노총 또는 민노총을 상대로한 노사협상의 일방일 수 없을 뿐
아니라 어떠한 노동조합대표도 이 경우 합당한 교섭권한을 갖는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법을 무시하고 힘을 행사하려는 어떠한 단체의 기도도 용납돼서는
안된다는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바로 그런 점에서 우리는 노총과 민노총의 총파업움직임은 지탄받아
마땅하며, 만약 그 움직임이 실제로 나타난다면 법절차에 따라 응징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본다.

노총과 민노총은 정부안에 대해 불만이 있다면 합법적인 방법으로
이를 표현해야 마땅하다.

아직 국회심의과정을 남겨두고 있으므로 국회의원에게 편지를 쓰거나
정당을 방문, 무엇이 문제인지를 논리적으로 설득해야한다.

실정법이 노동법개정안과 같은 정치적 사안에 대한 파업행위를
용인하는 상황이었다고 하더라도, 파업을 운위하전에 바로 그런 온전한
방법을 택하는 것이 순리다.

마지막 카드, 그것도 명백한 불법인 수단을 미리부터 내놓고 힘으로
밀어붙이려는 전투적 자세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아무리 좋은 노동관계법이 나온다하더라도 냉정한 이성을 갖고 상대방을
설득하려는 노사쌍방의 슬기가 없다면 산업평화는 요원하다고 보기 때문에
노총과 민노총의 최근 움직임은 걱정스럽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선명경쟁"에서 이겨야 세가 불어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면 큰 잘못이다.

그런 우려가 현실적으로 존재한다고 본다면 우리 경제의 앞날을 위해
상급단체에 국한한 복수노조허용도 전면 재고하는 것이 타당하다.

우리는 그렇지않아도 경제가 전례없이 어려운 국면으로 빠져들고
있는 시점에서 총파업움직임이 나왔기 때문에 더욱 경악을 금치못한다.

파업찬반투표 그 자체만으로도 분위기 이완효과는 적지않다고 본다.

냉정을 되찾기를 거듭 간절히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