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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6일자) 북한에 종말이 보일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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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명이나 되는 함북 회령의 김경호씨 일가족이 한 안전원의 안내를
    받으며 일거 북한을 탈출, 홍콩서 한국 입국수속을 밟고 있다는 보도와
    외무부 확인은 어수선한 세모에 화제를 바꾸기에 모자람이 없다.

    탈출 인원수, 더욱 안전원의 자진 안내가 비상한 관심거리다.

    잠수함 발각으로 세계 지탄을 받아도 벼랑위 생떼로 일관하는 북측의
    금후 향배가 그렇잖아도 주목되는 시점에 어른 아이 그 여럿이 도강을
    하고 수천리 먼 길을 옮겨 간 엑소더스가 어제 새벽 첫 보도될 때
    놀라움은 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탈출의 그런 스릴이 아니다.

    주민들로 하여금 온 가족의 생명을 걸고 모험을 감행케 만드는 북한의
    실정이 과연 어떤 것인지, 앞으로 어떤 속도 어느 방향으로 진전돼 갈
    것인지가 우리에게 중요하고 궁금한 것이다.

    다행히 그에 대한 해답을 탈출사건 스스로 준비하고 있다.

    먼저 최대의 극적 요소는 북한 안전원의 시종여일한 가담과 안내라는
    사실이다.

    이는 감시를 받는 배고픈 주민의 탈출은 이제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잡아다 처벌해야 할 신분의 안전원이 백성의 탈출을 앞장서서 인도했다는
    쪽의 변화를 뜻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수 있을까 역시 탈출자에 의해 잘 설명되고 있다.

    북한에서 이젠 군인들 역시 식량이 없어 죽으로 급식한다는 것, 주민들
    사이에서 탈출문제는 비밀이 아니라 공공연히 거론된다는 증언이 바로
    그것이다.

    진술 가운데 김일성 사망때 얼떨결에좀 웃었다고 "어비이 상중애
    미소죄"로 밀고돼 엄청난 고초를 겪었다는 대목은 차라리 희극이다.

    결정적 급소는 인민의 의식주를 국가가 책임지는 사회주의에서 가장
    기본인 식량도 해결하지 못하는 정부가 주민에 대한 통제력을 잃고
    있다는 증언이다.

    "도망가다 잡혀 죽으나 앉아서 굶어죽으나 마찬가지라는 절박감이
    돈다"는 말은 탈주문제가 공공연히 거론된다는 진술을 모순없이 뒷받침한다.

    이제 중요한 것은 군에 대한 급식이 잡곡밥도 아닌 죽으로 바뀌었다는
    증언의 개연성과 그에 연관된 여러 가능성이다.

    수해가 겹친 식량난에도 군대만은 급식을 줄이지 않고 있다는 종래의
    분석이 그럴듯 했던 것은 군을 의지해야 하는 그 체제의 특성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난 9월 잠수함 침투로 벌집을 쑤셔놓자 식량원조가 중단됐음을
    감안하면 김씨일행이 국경을 넘은 10월16일까지 한달사이 그런 비상조치로
    옮겨갈 가능성은 배제할수 없다.

    또 그런 사정이라면 안전원이 주민탈출을 도와 동행한 인과에 논리상
    무리가 없다.

    갈수록 북한의 종말이 다가온다는 공언이 큰 목소리로 들려 온다.

    외국 전문기관에도 반대도 있지만 동조가 많다.

    국가나 당의 최고직 공석을 예법에도 없는 만 3년상 운운하며 메우지
    않는 망발에 솔깃한것 부터가 어리석다.

    그러나 뇌관이 바로 여기 있기에 조심하자는 것이다.

    권부 일당이 목숨을 걸 최후가 오면 눈에 보이는 것이 없다.

    게다가 가공할 무기가 손안에 있다.

    우리는 무서워서가 아니라 폭탄의 뇌관을 제거하는 자세로 다 망했다고
    윽박지르지 않는 차분한 자세가 현명하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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