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대표적 종합병원중 하나인 을지병원이 경영난을 못이겨 문을
닫는다.

중소병원이 경영악화로 폐업하는 경우는 많았으나 대형 종합병원이
적자때문에 간판을 내리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다.

작은 병원에서 시작된 "병원도산 증후군"이 대형 병원에까지 확대될 만큼
병원의 경영난이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을지병원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빠른 시일안에 복지부에 폐업신고를
내기로 했다.

지난 67년 설립된 3백병상 규모의 을지병원이 30년만에 "불명예 퇴진"하게
된 것은 "직원들 월급을 주기도 빠듯한 재정상태"(을지병원 관계자)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난을 부추긴 요인은 낮은 의보수가와 도심에 자리잡고 있다는 지리적
특성 등 두가지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7년 의료보험 제도가 시행되면서 당시 관행적으로 받던 진료비의
55% 수준에서 매겨진 의보수가는 지금까지 3.2% 인상됐을 뿐이다.

이기간중 소비자물가는 4.7%, 임금은 13.2% 올랐다는 점을 감안하면 거의
제자리 걸음을 한 셈.

요즘 큰 병원이나 작은 병원이나 모두 "못하겠다"고 아우성치는 것도
의보수가가 너무 낮다는데 원인이 있다.

여기에다 상주인구가 갈수록 줄어드는 도심에 자리잡고 있다는 점도
을지병원의 경영악화를 부채질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환자들이 첨단시설이 갖춰진 대형 신설병원을 선호해 오래된
병원을 기피하는 것도 한 요인.

현재 이 병원에 1백명 남짓한 환자가 입원해 병실의 3분의 2가 비어있다는
게 이같은 현실을 잘 나타내고 있다.

도심에 있는 다른 대형병원들이 밑도 끝도 없는 "폐업설"에 휘말리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서울 필동에 위치한 C대부속병원과 을지로 I대부속병원이 거론되는 대표적
케이스.

이들 병원은 "낮은 의보수가 등으로 경영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나
폐업이나 이전을 고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다"라고 소문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이들 병원 관계자는 "서울 중심부에 있는 대학병원이라는 이미지
프리미엄이 크기 때문에 폐업이나 이전을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 조주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