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증권거래법 200조가 제기능을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거래법 200조는 대주주를 제외하고는 누구든지 상장회사의 주식을 10%
이상 보유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경영권 보호장치이다.

그러나 경영권을 획득하려는 세력들은 계열사 등을 동원해 주식을 매집해
이러한 "10%룰"을 교묘히 피해갔다.

주식변동보고는 본인과 가족 등 특수관계인및 법률로 정해진 계열사의 보유
주식을 합산보고토록 하고 있으나 35%이상 출자하지 않은 관계사는 합산보고
대상에서 제외된다.

한화종금을 인수하려는 박의송 우풍신금 회장측도 친분관계가 있는 이학
우학그룹 회장에게 부탁해 계열사 포함, 19%를 획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초 신원그룹이 제일물산의 경영권을 획득할때도 출자사로 합산보고되지
않는 신원월드와 남성전기 등 관계사를 동원, 200조를 피해갔다.

지분변동보고가 제때 이뤄지지 않는 점도 200조가 경영권 보호에 미흡함을
알게 한다.

200조는 누구든지 상장사 주식 5%를 보유하거나 5%이상 보유후 1%이상의
지분변동이 생기면 이를 5일이내(대규모 기업집단 소속 기업은 사유발생일
다음달 10일이내)에 보고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5%룰"도 경영권 탈취가 끝날때까지 보고하지 않아도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고 있어 사문화된 조항에 가깝다.

정부에서는 내년 4월부터 증권거래법 200조를 폐지토록 하고 있어 내년부터
는 한화종금과 같은 경영권 탈취시도가 빈번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경영자들이 기업경영보다는 경영권 보호에만 집중토록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물론 공동목적을 통한 주식매집의 경우 계열사 여부를 떠나 모두 합산보고
토록 법률을 개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공동목적"을 규명하기도 어려워 경영권 분쟁시 효력을 나타낼지
미지수이다.

한편 한화종금의 경영권 분쟁은 박씨측이 임시주총 소집에 대한 소송을
법원에 제기함으로써 일단 법원의 결정이후로 넘겨졌다.

5%이상 보유한 주주는 임시주주총회를 요구할수 있고 회사측이 이를 거부
하면 소송을 제기, 법원명령으로 임시주총을 열게 된다.

주총에서는 의결주식수의 50%이상 끌어모으는 쪽이 경영권을 갖게 된다.

< 정태웅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