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노사관계는 복수노조허용에 따른 상급노동단체의 힘겨루기와 제3자
개입금지철폐로 인한 노동운동 활성화로 불안해질 전망이다.

특히 복수노조의 허용은 상급노동단체의 선명성경쟁등을 촉발해 산업현장
생산분위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노동계의 합법적 상급단체가 양대세력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으로
자리잡게 되면서 두단체간 주도권 다툼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국노총은 유일한 합법단체로서 지금까지 누려온 독점적 지위를 민주노총
과 나누게 됐다.

따라서 노동계의 판도변화는 불가피하다.

특히 단위사업장의 복수노조가 오는 2002년부터 허용되기 때문에 상급단체
끼리 앞으로 5년동안 조직확대를 위한 전면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한국노총은 현재 5천8백여개 노조에 1백10만여명의 조합원을 거느리고
있다.

이에반해 민주노총은 9백34개노조에 50여만명의 조합원수를 확보하고 있다.

숫적으로만 보면 한국노총의 조직력이 민주노총을 압도하고 있지만 사업장
규모나 투쟁성등을 감안하면 실제 조직력은 대형사업장이 많이 소속된 민주
노총측이 오히려 우세한 것으로 노동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앞으로 복수노조가 허용되면 두단체중 어느단체가 더많은 노조를
확보할지 전혀 예측이 불가능한 상태이다.

단위노조들이 현재 소속된 상급단체의 활동에 불만을 품으면 다른 단체로
적을 옮기게 되는등 이합집산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

이에따라 복수노조가 도입되면 산업현장은 상당한 혼란에 빠져 생산분위기
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노동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제3자개입금지철폐 역시 노동운동을 활성화시켜 안정기조를 유지해
가는 산업현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비합법노동단체나 제3자가 노조의 파업을 선동 지원하는 행위
등을 일체 금지해 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같은 제한이 풀려 상급노동단체가 단위사업장노조의
활동방향에 깊숙히 개입할 수 있게 됐다.

이럴 경우 노조가 없는 사업장이나 안정기조를 유지하고 있던 사업장에서
노조활성화로 인한 노사간 갈등이 생길 여지가 커졌다.

현재 삼성등 노조가 없는 기업에서 복수노조허용과 제3자개입금지철폐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 때문에서다.

노조의 정치활동허용 역시 노사안정분위기에 전혀 도움이 안되는 개정내용.

대선이나 총선등 선거때마다 정치권에 개입할 경우 산업현장의 노사불안은
덩달아 가중될수 밖에 없다.

그러나 개정안이 일시적으로 혼란을 야기시킬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노사
안정에 기여한다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일단 상급노동단체끼리의 선명성경쟁등으로 홍역을 치루고 나면 노동계
재편으로 안정을 되찾기 시작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양단체는 노동계의 분열이 서로의 이익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는
사실을 깨닫기 때문에 약간의 진통을 겪은후에는 노동계 대통합운동도
전개할 가능성이 많다는 예측도 있다.

노사관계개혁위원회 김성중 사무국장은 노동관계법개정이후 노동운동의
특징을 "자율과 경쟁의 책임"이라고 요약하고 "한차례 고비를 넘기고 나면
조합원을 위하고 회사를 위하고 국가를 위하는 노조, 합리적이고 책임지는
노조만 살아남고 이념적 투쟁적인 노동운동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이번 법개정으로 단기적으로는 상급단체의 조직확대를 위한 주도권
싸움등으로 산업현장에 불안요인이 생기지만 장기적으로는 노사발전에
도움이 될수 있다는 조심스런 분석이 나오고 있다.

< 김광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