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선진국을 중심으로 세가지 측면의 회귀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가정으로의 회귀, 자연으로의 회귀, 그리고 원리 원칙으로의 회귀현상이
그것이다.

또 과거 300년간 인류역사는 산업화 정보화 창조화의 수순을 밟으면서
진행돼왔다.

정보화사회는 현재 진행중이며, 동시에 창조화사회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산업화사회에서는 인간을 하나의 도구로보고 기계화 등을 통해 인간의
손과 발을 확대하는데 주력해왔다.

정보화사회에는 손과 발 뿐만 아니라 인간의 두뇌를 확대하는 것에 인류의
모든 지혜를 모아왔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바야흐로 인류는 인간의 두뇌와 가슴, 손과 발이 통합적이고 전체적으로
쓰여지도록 하는 마음의 확대에 모든 지혜를 모아야 하는 창조화시대를
맞고 있다.

창조화시대를 열어가기 위한 열쇠는 "자율"이다.

과거에는 통제 관리 감독 지시에 의해 기업이 운영됐고 기업구성원은
은연중에 관리 지시하는 사람에게 모든 책임을 돌리려는 생각을 가졌던게
사실이다.

이제는 자율성 책임성 창조성을 따르지 않으면 기업이 생존할수 없을
뿐만 아니라 기업구성원 스스로도 자기역할을 다할수 없다.

특히 "공동체" "예절" "봉사"의 개념은 하나의 그물망처럼 연결돼 서로가
서로를 지지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사회는 소유와 쟁취의 사회였지만 정보화사회 창조화
사회에서는 소유와 쟁취보다는 나눔과 활용이 중요시된다.

물건만해도 쌀이나 냉장고 같은 것은 개인이 축적하고 소유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보화사회의 제품들은 소유보다는 "관계"가 중요시된다.

상대방과 연결돼있어야 하고 상대방이 없으면 의미가 없다.

가장 기초적인 정보화제품이라고 할수 있는 휴대폰만 해도 나 혼자 갖고
있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전화가 걸려오고 전화를 해야 "전화"인 것이다.

정보화-창조화 사회를 "네트워크 공동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들어 기업경영혁신의 핵심으로 부상하고 있는 학습조직의 개념은
우리에게 친숙하다.

개인은 스스로 학습할수 있고 향상할수 있지만 이상하게도 조직이
학습자가 되기는 쉽지 않다.

혼자서는 잘하는데 함께 하면 망하는 현상이 벌어진다.

부도가 나는 회사들을 면밀히 관찰해보면 개인은 다 똑똑한데 조직은
무능하고 죽어 있다.

개개인은 살아 있어도 조직이 죽은 회사들이 지금 거의 도산해가고
있는 것이다.

개인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그것을 조직의 능력으로 승화시키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절감케 하는 현상이다.

그렇다면 조직을 살리는 에너지는 무엇인가.

그것은 개인이 스스로 하듯이 조직도 스스로 학습하고 능력을 높일수
있도록 기업풍토를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학습조직이다.

조직은 한 목적을 갖고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개인이 그렇듯이 조직도 추구하는 가치가 있고 그 가치를 창조하기 위한
비전과 목표가 반드시 있다.

비전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목표가 같고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위험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에 학습조직이
필요한 것이다.

개인은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하더라도 한계가 있다.

그러나 조직은 개인이 꿈도 꿀수 없는 일을 거뜬히 해낼수 있는
것이다.

세계의 석학들은 창조사회의 주인공은 바로 기업이라고 말하고 있다.

미래학자인 앨빈 토플러나 경영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피터 드러커와
톰 피터스 등이 모두 표현은 조금씩 다르지만, 앞으로의 시대에는 기업이
주인공이며 전체사회의 틀을 구축하는 주력부대 역할을 기업이 할 것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그러한 전조는 벌써 나타나고 있다.

한 예로 오늘날 정치적으로는 국경이 있지만 경제와 기업활동에는 이미
국경이 없다는 점이 바로 기업이 세계의 축이 되고 있다는 증거다.

그러므로 앞으로의 기업은 인류에 도움이 되는 기업활동을 펼쳐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넓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모두에게 이익이 되도록 해야하며,
최고 경영층 뿐만 아니라 구성원들 전원이 모두 기업가정신을 가져야 할
것이다.

기업가 정신이란 바로 자율성 책임성 창조성을 갖는 정신이다.

기업가정신은 기업을 일으키는 사람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경쟁력이 필요한 모든 조직의 구성원에게 똑같이 요구된다.

이미 기업은 지구촌 시장에서 경제활동 뿐만 아니라 사회-문화활동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다.

"정치"와 "정부"의 경쟁력은 그 나라 기업의 세계활동을 위한 소중한
밑거름이 되고 자양분이 되기도 하지만 발전을 막는 걸림돌이나 해로운
독소가 되기도 한다.

정치인과 정부관료를 비롯한 모든 공직자가 기업가정신을 가지고 자율성
책임성 창조성으로 재무장할때 우리나라는 다가오는 창조사회를 짊어질 수
있다.

창조사회는 아름다운 진주 목걸이와 같은 사회이다.

목걸이를 구성하는 진주 한알 한알이 모두 알차고 광택이 나고 때묻지
않아야 한다.

30개의 진주알 중에서 한개의 질이 떨어지면 진주목걸이 전체의 질이
떨어지고 값은 절반값도 안되고 만다.

사회구성원 한사람 한사람의 자질은 모두 상호의존적이다.

다른 사람, 다른 조직이 상호 독립적으로 존립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상호보완적으로 서로를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가 정신이란 자기의 역할이 상대방을 위해 있는 것임을 알고 모든
책임이 스스로의 역할에 있다는것을 자각하는 실천정신임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