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1996.12.09 00:00
수정1996.12.09 00:00
모룩이 피어 있는 보랏빛 엉겅퀴에
꿀벌 한 마리 파고들었네
손끝으로 건드려도
엉겅퀴꽃 속 꿀벌 나오려 하지 않네
시켜서 이루어질 리 없는 전일한 합일이여
하얀 망초꽃도 그 곁에 피어 있어
초여름 햇살조차 내려앉으니
나 또한 끼여들 작은 공간이여
나 있어 이 산야에 흠이 없다면
꽃과 벌 사이의 아늑한 길에
오래도록 발 멈춰 나도 서 있네
시선집 ''보석에게''에서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