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룩이 피어 있는 보랏빛 엉겅퀴에

꿀벌 한 마리 파고들었네

손끝으로 건드려도

엉겅퀴꽃 속 꿀벌 나오려 하지 않네

시켜서 이루어질 리 없는 전일한 합일이여

하얀 망초꽃도 그 곁에 피어 있어

초여름 햇살조차 내려앉으니

나 또한 끼여들 작은 공간이여

나 있어 이 산야에 흠이 없다면

꽃과 벌 사이의 아늑한 길에

오래도록 발 멈춰 나도 서 있네

시선집 ''보석에게''에서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