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프리카를 선택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미지의 땅"에 대한
호기심이었다.

회사에 들어온지 10개월이 지나 1년을 눈앞에 두고있는 시점에서
나를 시험해 보고 싶었다.

킬리만자로 정복을 위해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도착한지 4일째.

귀에 박히도록 들은 "폴레폴레(천천히 천천히라는 의미)"를 중얼거리며
드디어 첫발을 내디뎠다.

원숭이들을 보며 그렇게 오르는 길은 첫날의 여정을 즐기기에 충분했고,
3시간이면 충분하다는 그 길은 그야말로 산책을 하는 듯 올라 5시간
30분만에 첫번째 산정인 만다라에 도착했다.

이튿날 마웬지봉과 사라봉이 그 장관을 드러냈다.

마르다디(GREAT)를 연발하며 정말 "폴레폴레"올랐다.

식사시간이 되자 식당으로 사용되는 "hut"(산장같이 쉴수 있는 장소)는
사람들이 앉을 자리가 없을 정도로 꽉찼다.

사람들도 천자만별이다.

한 쪽에선 등반에 성공한 영국사람들인듯 맥주를 마시며 자신들의 등반을
자축하고 있다.

11월6일 8시27분 모두가 출발준비로 분주하다.

가이드인 로렌스가 출발전 오늘은 정말 "폴레폴레"를 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오른쪽에는 마웬지봉이 있고,저기 앞쪽에는 키보봉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몇번을 토하고 맥박이 빨라지는 고산병증세를 겪으며 겨우 키보산장에
도착했다.

다음날 새벽 1시 완전무장을 하고 어둠속으로 한걸음을 내디뎠다.

"Just a moment Lorence, I want to rest" "O.K" " Are you ready?"
"Ah" "Let"s go" 수도없이 반복하며 오른지 5시간.

정상은 저 위에 있는데 태양의 여명이 비쳐오기 시작했다.

모든 구름이 저 먼발치에 가득했고, 그 구름위로 층을 덮듯 붉고
노란기운이 퍼져오기 시작했다.

그 순간만큼은 정말 힘든 것도 잊어버리고 그 황홀한 아름다움에
빠져들었다.

정말 낯선 땅에서 낯선 사람들과 맞는 이 찬란한 해돋이.

7시30분께 우리는 드디어 길만지 포인트에 도착했다.

이 웅대한 산에 오른 나는 한국에서 가졌던 허상의 실체를 절실히
느꼈다.

한국에 있을때 우리는 우리가 정말 전세계에 널리 알려져 있는 나라라고
생각하지 않았던가.

우리가 헤쳐가야 할 곳이 아직도 많다는 것을 이 머나먼 아프리카에서
되새겨본다.

강은주 < 삼성물산 금속사업부 구리팀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