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트디즈니사의 수석애니메이터인 글렌 킨은 애니메이터를 "연필을 든
연기자"로 표현한다.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생김과 움직임, 표정과 미세한 감정이
애니메이터들의 연필 끝에서 이루어진다는 의미다.

애니메이션은 실제로는 아무 동작도 일어나지 않지만 필름이나 비디오로
정적인 대상(그림이나 인형등)을 한장한장 움직여가며 찍어 생명력을
넣어주는 인위적인 동영상 처리기법.

보통 그 자체가 애니메이션인 만화영화라는 의미로 쓰인다.

"연필을 든 연기자"라고 할 경우 애니메이터란 만화영화의 복잡한
제작과정 가운데 원화를 그리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원화란 기획단계에서 만들어진 대본의 "레이아웃"을 기초로 캐릭터의
주요동작을 그린 그림을 말한다.

원칙상 1초에 24장의 그림이 필요하다고 했을 때 원화는 보통 3~4장이
들어간다.

나머지 연결동작 그림을 동화라고 하고 이 그림을 그리는 사람을
인비튀너(inbetweener)라고 부른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개념도 확실히 정립되지 않은 상태.

넓은 의미로는 애니메이션 제작 공정에서 감독에서부터 원화 동화뿐
아니라 선화(동화에 음영을 넣는 것) 채색 배경그림을 그리는 사람들까지
연필이나 붓을 드는 모두를 포함한다.

애니메이션이 미래산업의 총아로 떠오르는 영상산업의 핵심 소프트웨어로
자리잡으면서 애니메이터도 유망직종으로 항상 거론된다.

대부분의 애니메이터들이 "동화-원화-연출"코스를 밟는다.

능력에 따라 다르지만 3년정도 동화를 그리면 원화를 그릴 수 있다.

경력과 실력에 따라 애니메이터 한사람이 그려내는 양은 차이가 크다.

한달을 기준으로 적게는 200피트(1피트당 원화3~4장)를 채 못하거나
많게는 500피트를 초과하기도 한다.

사람이나 작품에 따라 단가가 다르지만 경력이 어느 정도 쌓인 사람은
1피트에 1만원전후로 받는다.

한달간 500만원이상 벌어들이는 애니메이터들이 수두룩하다고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한다.

애니메이터는 작업시간이나 강도를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다.

애니메이션제작사에 취업해 몇년간 경력을 쌓은다음 프리랜서로 활동할
수 있고 재택근무도 가능하다.

누구에게나 매력적인 고소득자유직이 애니메이터다.

하지만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후에나 가능한 얘기다.

다른 어떤 직종보다도 철저한 능력제이고 처음 6~12개월간 견습기간은
대우가 좋지 않기 때문에 고생을 각오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니메이터의 전망은 밝다.

세계는 지금 애니메이션시대에 접어들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국내제작이 꾸준히 늘고 있고 연관.파급
효과가 큰 애니메이션산업에 대한 정부의 육성의지도 확고하기 때문이다.

<송태형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