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을 볼 때 그것의 시간적인 흐름을 생각하게
됩니다.

그러면 움직임의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몇장의 그림들이
떠오르지요"

에이콤프로덕션 제작B파트에서 원화를 그리고 있는 고효석씨(31).

애니메이션계통에서 12년째 일하고 있는 중견애니메이터다.

이만큼 경력이 쌓이다 보니 술자리에서 친구들과 건배할 때도 머리속에는
술잔을 들어올리는 속도에 맞춰 특징적인 동작들이 각각의 그림으로
그려진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그림그리기를 좋아해 화가를 꿈꿨던 그는 한흥미술고에
들어가 응용미술학을 전공했다.

졸업후 디자인계통의 회사들을 전전하다 84년 선배의 추천으로
애니메이션제작사에 들어갔다

"애니메이션이 뭔지 잘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했어요.

만화그리는 정도로 쉽게 생각했는데 깊이 들어갈수록 어려웠습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애니메이터가 갖추어야 할 필수조건인 타이밍감각을
익히는 것.

예를 들어 공을 바닥에 튕기는 그림을 그릴 때 튀기는 속도나 폭에 따라
힘과 탄력이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공의 종류, 질감, 바닥의 재질등 많은 요소를 고려해 타이밍을 어떻게
결정하는가에 따라 그림의 생명력이 달라진다는 설명이다.

"연기"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연에서 일어나는 동작을 세밀히
연구 관찰해 무수한 습작을 거쳐야 한다고.

고씨의 연기력은 이제 상당수준에 올라 하루에 25~40피트 그려낸다.

1피트당 1만1,000원을 받으니 한달 평균 350만~400만원정도 수입을
올리는 셈이다.

고씨도 다른 애니메이터들처럼 애니메이션감독을 꿈꾸고 있다.

"디즈니만화처럼 온가족이 볼수있는 만화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기회가 닿는다면 월트디즈니사에 들어가 기량을 쌓고 싶습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