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신한국당이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 회기내에 처리키로
한데 대해 야당이 일제히 반발하고 나서 노동법 개정안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간 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의 관심은 예산안의 합의처리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과연 여권이 노동
관계법안의 회기내 처리를 강행할 것인지와 만약 단독 강행처리할 경우의
여야 대치정국이 빚을 파장에 쏠리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그러나 여권이 "회기내 처리" 방침을 굳힌 상태이긴 하나
상임위에서와 본회의에서의 변칙처리까지는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야당과의 절충에 이르지 못할 경우 내년 2월께의 임시국회로
그 처리를 넘기지 않겠느냐는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야권이 표면적으로는 반대하면서도 노사양측으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는 노동관계법안의 여권 단독 처리를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의외로 쉽게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신한국당은 8일 고위 노동당정회의에서 노동관계법의 정기국회 회기내
처리방침을 결정한데 이어 9일 고위당직자회의와 확대당직자회의를 잇따라
열고 이같은 입장을 재확인했다.

신한국당은 그러나 노동관계법 개정안 가운데 근로기준법 개정안, 근로자
참여및 협력조정에 관한법, 노동조합및 노동관계조정법, 노동위원회법 등
경제회생과 직접관련이 없는 부수법안에 대해서는 이번 정기국회에 제출하지
말도록 정부측에 요청키로 했다.

이홍구 대표는 확대당직자회의에서 "현재의 정책입법 방향은 경제회생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면서 "노동법 개정안 처리문제에 대해 고뇌하지 않을수
없지만 우리 경제사정을 보거나 국제흐름을 보거나 여러가지 관점에서 노동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대표는 "국정을 책임진 정부여당이 여러 불확실성을 내년으로 끌고 가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있을수 있다"며 "긴박한 일정을 감안, 힘과 지혜를
모아 잘 처리하도록 하자"고 당부했다.

김철 대변인도 고위당직자회의가 끝난뒤 "오늘 회의에서는 어제 당정회의
결론에 따라 노동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내에 처리한다는 원칙과 결의를
다시한번 확인했다"면서 "우리당은 얼마남지 않은 국회일정을 고려해 노동법
개정안을 처리하기 위한 신속한 움직임에 돌입키로 했다"고 밝혔다.

신한국당은 이에 따라 원내총무단으로 하여금 노동법개정안 처리 일정이나
절차상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토록 하는 한편 정책위를
중심으로 당내 공감대를 확대시킬수 있는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야권은 이날 노동관계법안의 회기내 강행처리를
저지키로 한 방침을 밝히는 한편 정부측에 대해 개정안 심의를 더욱 충실히
해 내년 2월 임시국회에 제출해줄 것을 요구했다.

국민회의는 이날 김대중 총재 주재로 열린 긴급당무회의에서 이번 회기내
처리 저지와 함께 노사합의에 의한 법개정, 국제적 기준의 노동자율성 보장,
철저한 여론수렴 등 노동관계법소위가 채택한 6개원칙을 추인했다.

국민회의는 이와함께 노조의 총파업 예고와 경총의 직장폐쇄 방침 하달 등
정면충돌 위기로 치닫는 노사대치국면 해소를 위해 노사양측이 자제해줄 것을
촉구했다.

자민련도 김종필 총재 주재로 긴급간부회의를 갖고 정부의 법개정안에 대해
노사양측이 모두 반대하고 한국노총 민노총 등 노동계가 파업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정기국회 회기가 9일밖에 남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 이번 회기내
처리는 강력 저지키로 의견을 모았다.

한편 국회법에는 국회의장이 법안을 본회의에 보고한뒤 해당상임위에 회부
토록 돼있고 또 상임위는 법안이 위원회에 회부된뒤 3일이 경과하지 않으면
이를 의사일정으로 상정할수 없도록 돼 있다.

때문에 개정안이 10일 국회에 제출되더라도 여야 총무들간의 협의로 이미
합의된 의사일정을 변경하지 않는 한 절차상으로도 회기내 처리는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의 국회일정상 상임위는 14일 끝나게 돼 있다.

<박정호.김호영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