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필서명"이 계속 논란이다.

생명보험사 사장단이 9일자 신문광고를 통해 "현재 유지되고 있는 계약에
대해 보험가입자에게 피해가 없도록 책임을 질 것"이라고 발표하자 "그러면
앞으로 자필서명이 없는 계약에 대해 보험금을 안주겠다는 뜻이냐"는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파문이 진정되지 않자 9일 33개 생명보험사 법무팀장들이 긴급 대책회의를
다시 갖고 우선 2가지 사항을 결정했다.

첫째는 앞으로 단순히 피보험자의 자필서명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지 않기로 했다.

법무팀장들은 또 피보험자의 직접 서명동의가 없더라도 인감증명을 사후에
대신 받으면 계약을 인정키로 하는 등 업무개선대책을 마련했다.

생보업계는 현재 약관상 고지사항을 가입자가 이해하고 직접 적는게 복잡
하게 돼있어 나중에 분쟁을 빚는 사례가 많다고 보고 고지의무 제도의 개선을
재정경제원에 건의키로 했다.

하지만 이런 방법도 여전히 법적 분쟁의 소지를 안고 있는데다 보험사가
가입자의 동의없이 무리한 영업실적 달성을 위해 편법을 썼다는 비난을
받을수 있다.

생명보험사들이 대외적으로 자필서명이 없어도 유효한 생명보험 계약으로
간주한다고 발표하자니 대법원의 판결과 정면배치된다는 비난을 받게돼 있다.

그렇다고 보험영업의 현실을 완전히 무시하고 자필서명이 없으면 무조건
보험금을 줄수 없다고 못박을 경우 당장 보험일선 조직에서 월말 마감에서
차질을 빚을게 뻔하다.

결국 생보협회나 생보사들이 법과 현실 사이의 괴리에서 어정쩡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상황이 계속되는 동안 보험계약자와 보험사들의 분쟁과
갈등은 필연적이라는 데서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

결국 당국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높아지고 있다.

당국의 강력한 행정력이 없이 보험사 사장들의 결의만으로 명확하게 정리된
것은 아직 아무것도 없다.

보험업계와 당국이 보험모집 조직의 일대 개혁과 내실영업 추구를 통해
환골탈태하는 것만이 이번 사태를 푸는 열쇠라고 보험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 정구학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