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28일자 한국경제신문 8면에 실린 성균관대 보험학 박은의교수의
''산재보험 민영화'' 논단에 대하여 산재보험은 결코 박교수의 주장과 같이
시장경쟁원리에 따라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설명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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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교수의 산재보험제도에 대한 경쟁 논리는 국가가 산재보험을 운영하는
것은 막대한 경비가 들어가고, 경영효율 측면에서도 민간이 운영하는 것보다
상대적으로 비효율적이므로 여러측면에서 민영보험기관으로 하여금
산재보험을 영위하도록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 글은 이어 미국에서도 사실상 산재보험이 대체적으로 민영보험기관에서
운영되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자동차 손해보험법에 의한 자동차책임보험이나
원자력배상법에 의한 원자력보험등과 같이 경쟁원리를 통해 민영 보험
회사들이 영위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그 요지이다.

그러나 산재보험 민영화의 타당성이 현행제도보다 우월한지 여부는 근로
복지공단이나 민간보험회사등 전면에 나타난 이해 집단의 이익추구나 득실을
따지는 입장에서 벗어나 기업주의 보험료 부담, 산재근로자들의 보상 및
복지수준을 포괄하는 종합적 비용과 산재근로자를 위한 편익위주의 분석하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런면에서 산재보험은 민영화될 수 없는 여러가지 공공재적 성격을 갖고
있다.

첫째, 현행 산재보험제도는 전체 사업주가 연대하여 위험분산을 통해 전체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으로서 재해율이 비교적 낮은 대기업과 높은
중소기업간에 소득 재분배의 효과를 도모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산업재해율은 선진국에 비해 2~3배 높은 것이 사실이나 대기업
은 중소기업에 비해 재해율이 낮은 편이기 때문에 대기업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보험료를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재해율이 낮은 기업의 불만과 부담을 줄이기 위해 개별실적 요율제도를
도입하여 업체별로 보험료 수지율에 따라 산재보험료의 40%까지 경감해 주는
제도를 채택, 부담의 형평성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 보험회사가 참여하여 경쟁체제가 되면 역선택현상이 발생하게
되어 이러한 재분배기능은 완전히 없어지고 재해율이 높은 중소영세기업만
공단에 남고 재해율이 낮은 업체는 사보험에 가입하게 됨으로써 공단 잔류
사업장의 보험 요율이 상승하는 현상이 반복되어 중소영세기업의 부담이
갈수록 증가됨으로써 국가경제발전에 큰 장애요소로 등장하게 될 것이다.

둘째, 산재보험은 산재근로자에 대한 신속.공정한 보상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보험으로 일반 사보험과는 달리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산재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은 기업에 대하여도 법적용대상이 되면 산재보험
급여를 소급하여 지급하고 있는등 사보험의 원리를 초월한 사회보장적.
근로복지적 성격을 지닐뿐만 아니라 산재근로자에 대한 치료및 보상을
완료한 후에도 재활 및 취업알선, 특별보호등 사회복귀에 이르기까지
전과정에 대한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근로자들의 권리구제 측면에서도 현재는 심사청구제도와 재심사청구제도를
통해 두차례에 걸쳐 행정적으로 권리를 구제할수 있는 기회를 준후 행정소송
(2심)을 통하여 권리구제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민영화되어 보험회사에서
보험급여의 지급을 거절하는 경우 근로자들은 일일이 민사소송을 통하여
권리를 구제받아야 하기 때문에 민사소송건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됨으로써 신속.공정한 산재보상이라는 법취지에도 어긋나게될 뿐만아니라
근로자 당사자는 2중 3중으로 경제적 시간적으로 피해를 입게 될것은 뻔한
이치이다.

셋째, 산재보험사업의 독점적운영체제가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 있으나
산재보험사업은 법률에 의해 국가가 가격을 통제(요율및 보상수준결정등)
하고 있으므로 독점에 따른 피해는 있을 수 없으며 오히려 규모의 경제적
이익을 통해 비용절감이 가능하다.

그것은 95년도 각종 보험관리비수준을 보더라도 산재보험은 보험료수입의
4%에 불과하나 손해보험의 경우는 18.4%, 자동차보험은 21,8%로 민영보험의
비용이 훨씬 많은 것을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

더구나 민간보험회사가 참여하는 경우 일정수준의 이윤확보, 규모의 경제
이익상실 및 과다한 판매경쟁에 따른 한계비용상승등으로 관리비 증가가
불가피하며 결국은 그 증가비용이 해당기업주에게 전가될수 밖에 없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부담이 대부분 영세중소기업에 전가되어 건전한 국가경제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게 되고 정부의 감독업무가 늘어나 이에 따른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될것이다.

넷째, 지구상에서 산재보험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136개국가중 3분의2이상인
100여국이 공공부문에서 산재보험을 관리하고 있으며 미국의 일부 주에서
산재보험을 민간부문에서 담당하고 있다고 하나 미국 나름대로의 사회적
역사적 경제적 이유가 있기 때문이며 특히 사회복지가 발달한 유럽의 대부분
국가들과 이웃 일본에서는 국가에서 직접 관리하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산재보험이 단순한 민간보험성격이 아닌 공공재적 성격을 갖는 것으로서
우리나라 헌법 제10조에 보장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보장하는
사회보장 제도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다섯째, 산재보험의 요양관리나 재해발생통계및 재해발생원인등은 국가의
산업재해정책수립의 중요한 기초자료로 제공되고 활용되고 있으나 민간보험
회사가 참여할 경우 정책수립에 필요한 정확한 통계의 수집이나 활용이
효율적으로 이루어질수 있을지 의문이 가지않을수 없으며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별도의 통계방법 개발시행과 그에 따른 정부의 추가
부담이 불가피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산재보험의 민영화논리는 재계와 금융보험업계의 발상을
대변하는 것으로써 근로자에 대한 보상수준 향상이나 복지증진을 크게 후퇴
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 뻔한 것으로 민간보험회사의 이윤증대의 대가로
경쟁력강화와 궁극적목표라고 할수 있는 국민복지를 희생시키는 것으로
사보험회사의 지급능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민영화해야 한다는 논리대로라면
지급능력이 충분한 기업은 산재보험제도 자체가 불필요하다고 할것이며
전쟁의 위험이 없는데 군대가 무슨 필요가 있겠느냐는 논리와 다름없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산재보험은 민영화를 검토해야할 사안이 아니라 자영업자를 포함한
1인이상 모든 사업과 현재 산재보험에 적용이 제외되고 있는 금융보험업을
조속히 적용시켜야 하며 업무상 재해의 인정범위를 더욱 확대하고 고용보험
과의 통합이나 산재예방사업과 연계성및 산재근로자의 사회복귀와 사후관리
라는 사회복지적성격을 강화하여 제반관리비용 절감을 유도하고 장기적
으로는 농어민재해보험등을 실시하여 전국민의 모든 업무상 재해를 보장하는
재보험으로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것이다.

윤재인 < 서울 서초구 서초2동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