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있는 호주의 퀸즐랜드주 관광공사 지사 사무실에는 거의 매일
퀸즐랜드주의 1,000여개 관광관련 사업자들 - 테마공원.식당.호텔.여관등 -
의 팩스가 오고 있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한국관광객을 많이 유치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해야
고객만족도를 더 높일 수 있는지, 혹은 한국 관광객을 맞기 위해 준비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의 자료를 요청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호주의 경우 일개 모텔업자도 그런 노력을 하고 있는데, 우리에겐 관광
정책이라도 있는가.

지난 20여년간 관광산업은 다른 선진국가들이 가장 중요한 산업중의
하나로 인식해 지원, 육성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지원도 없이 내버려져
있었다.

지원은 커녕"호화사치 산업"운운 하며 갖은 규제만 했을 뿐이다.

해외여행자유화이후 그리고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돌파이후 국민들이
휴가를 해외에서 보내려는 것을 나쁘게만 보지 말고, 냉정히 우리의 현실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산업이 다 개방되는 이 시점에 관광만 "국산품 애용"을 부르짖어서는
안될 것이다.

제주도는 하와이.괌과 경쟁하고 있고 관련업계종사자 모두는 우리가 세계
유수의 관광지들과 가격경쟁.서비스경쟁을 하고 있음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현재 우리에게는 관광관련 인프라가 빈약하며, 그로 인해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관광도 주변국에 비해 크게 열세인 것이다.

모두가 노력해야하며,특히 정부에서도 국가 기간산업의 하나가 될 산업인
관광산업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여 중장기 계획수립을 통한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할 것이다.

퀸즐랜드주의 경우 주정부 고위관리가 한국을 방문하면 꼭 여행사대표들을
초대하여 의견을 교환하는 시간을 갖는다.

그들은 또한 관광산업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으며, 관광장관이 있어
모든 연관산업을 총지휘하고 있다.

그저 부러운 심정일 뿐이고, 자원빈국인 우리가 그나마 갖고 있는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날, "해외여행"이 국가 백년대계이며 "국민교육의
중요한 부분"이라는 인식을 모두가 갖는 날이 빨리 오길 진심으로 바란다.

이한우 < 호주 퀸즐랜드주 관광공사 한국지사장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