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탈출인원중 사상최대규모인 김경호씨(62)일행이 입국한 김포공항은
이들을 마중나온 경호씨의 맏형 경태씨(70)와 그의 가족들이 눈물바다를
이뤄 보는 이들조차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두만강을 건너 북한을 탈출한 뒤 중국의 심양~북경~경주~심천을 거쳐
배를 타고 지난달 23일 홍콩으로 밀입국하는데 성공했던 김씨 일행은 우리
정부와 홍콩당국의 우호적인 협상끝에 당초 예정대로 서울에 무사히
도착했다.

<>.이날 오후 김포공항은 자유를 찾아 북한을 탈출한 김씨 일행을
마중하기위해 일찍부터 기다리고 있던 김씨의 맏형 경태씨는 동생을 보자
끌어안으며 "네도 경호냐"며 "얼마나 고생을 했느냐"고 묻고는 얼굴을
비비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이에앞서 경태씨는 5시가 조금 지나면서부터 "왜 이렇게 안나오지"를
연발하면서 초조함을 감추지못하는 모습이었다.

경호씨의 장남 흥석씨(33)는 "아버님이 동생을 만나게 된다는게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말씀과 함께 새벽까지 잠을 설쳤다"며 아버지의 심정을
설명.

그는 또 "나 또한 아버님을 통해 말로만 듣던 작은 아버지를 만나뵌다는
생각에 가슴이 설렌다"고 흥분된 모습.

<>.경호씨의 형수 김원순씨도 딸 인옥씨(초등학교 교사)와 함께 나와
경호씨를 반갑게 맞이했다.

경호씨는 이들의 두손을 얼싸안은채 눈물을 흘렸다.

인옥씨는 "삼촌이 오신다는데 손에 일이 잡히겠느냐"며 하루종일 어떻게
지냈는지 모르겠다"고 부연.

<>.한편 최현실씨의 작은 아버지인 최전도씨(77)의 집인 서울 송파구
신천동 장미아파트 29동 1102호는 김씨 일가족의 탈북소식이 알려진 이후
대문이 굳게 닫혀 있으며 최씨 부부는 모습을 감춘 상태.

또 최전도씨의 장남인 철욱씨(43)는 평소와 다름없이 오전 9시께 병원에
출근, 업무를 보았으나 김씨 일가족의 무사귀환에 대한 소감을 묻는 질문에
"나중에 이야기 합시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

<>.김씨일가를 홍콩에서 인도해온 당국자가 탈출주인공들로 부터 전해들은
탈출기는 한편의 "첩보영화"를 방불한다.

이중 "열차" 및 "보트"편이 압권.

11월14일 심양서 새벽열차 침대칸 3개에 분승했는데 김씨부부 등 노인과
아이들이 한칸, 남자와 여자들이 각가 한칸씩 차지했으며 동승한 현지인
가이드들은 과일과 현찰 등의 뇌물로 공안원의 눈을 피했다는 것.

또 심천과 홍콩을 잇는 모터보트 2대에 나눠타고 탈출의 마지막 관문을
넘던 것도 영화나 다름없었다고.

단 "10분"이 생사를 갈라 놓을 수 도 있다는 것.

중국측에 적발되면 즉각 사살되는게 상례이기 때문이었다.

<>.김씨일가의 탈북을 도와준 북한사회안전부 안전원 최영호씨(30)는
김씨일과와 전혀 무관한 남이 아니라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최씨는 김씨의 장인인 재미교포 최영도옹의 조카로 드러난 것.

북한을 탈출, 홍콩에서 한국 망명을 신청한 김경호씨 일가족 등 탈북자
17명이 9일 오후 5시 15분께 대한항공편(KE 618)으로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김씨 일가의 서울 도착은 지난 10월 26일 북한을 탈출한지 44일만에
이뤄진 것이다.

이에앞서 김씨 일가족 등은 19일 동안 수용돼있던 홍콩의 상수보호감호소를
출발, 홍콩 카이탁 국제공항에서 우리측에 신병이 인계돼 이날 낮 12시 50분
서울행 대한항공기에 탑승했다.

김씨 일가족은 김포공항 도착직후 잠시 사진촬영을 한뒤 바로 관계당국에
인도됐다.

이들은 군병원에서 건강진단을 받은 후 관계당국의 합동신문조로부터
<>귀순동기 <>북한에서의 주요행적 <>북한동향 등에 대해 조사를 받게 된다.

< 김씨 일가족 등의 인적사항 >

<>김경호(61.전함북 회령 영예군인공장 노동자)
<>최현실(57.무직.김씨 부인)
<>김씨 차녀 김명실 가족(4명)
<>김명실(36.무직)
<>사위 김영환(38.회령시 탄광기계공장 노동자)
<>손자 김충진(6)
<>손녀 김충심(3)
<>3녀 김명숙 가족(4명)
<>김명숙(34.무직)
<>사위 박수철(38.회령시 양정사업소 노동자)
<>손자 박현철(9.학생)
<>손녀 박봄(5)
<>장남 김금철 가족(3명)
<>김금철(30.회령시 도로시설대 운전수)
<>자부 이혜영(26.무직)
<>손자 김금혁(3)
<>4녀 김명순 가족(2명)
<>김명순(28.무직.)
<>사위 김일범(28.회령 곡산탄광 노동자)
<>차남 김성철(26.회령시 편의협동조합 노동자)
<>기타 최영호(30.사회안전부 안전원)

< 남궁덕.김준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