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예상처럼 이번 WTO 제1차 각료회의에서는 "무역과 노동기준"에 대한
논의가 가장 핵심 쟁점으로 등장하고 있다.

각료회의 의제탐색 차원에서 지난 8일 열렸던 QUAD 플러스회의(미국 EU
캐나다 일본등 경제규모 큰 4개국과 한국 호주 브라질 노르웨이 뉴질랜드
싱가포르 스위스등 11개국의 회의)에서도 의견 대립이 가장 첨예한
논쟁거리임이 재확인됐다.

논의의 초점은 다자가 무역체제가 국제적으로 인정된 핵심노동기준, 즉
결사의 자유및 단체교섭권을 끌어 올리는데 기여할 수 있는 만큼 WTO에서
그 방안을 논의하자는 것.

미국과 노르웨이는 WTO내 논의를 거세게 밀어 붙이고 있지만 동남아
국가연합(ASEAN)을 중심으로 한 개도국들은 논의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개도국들의 반대논리에는 경제적인 이해관계가 깔려 있다.

낮은 노동기준과 임금은 자신들의 경쟁력인데 WTO에서 노동문제가 논의
되면서 저임금이 무역규제로 연결될 경우 경쟁력을 잃게 된다는 우려다.

미국은 당초 UR(우루과이 라운드)에서 근로기준등 노동문제를 협상대상으로
선정하려다 실패했기 때문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노르웨이의 경우엔 집권당이 노동당이어서 우선순위를 두고 있기도 하다.

이같은 의견대립 탓에 아직 <>WTO내 논의가 적정한지 <>저임금을 방지할
수 있는 규정 제정이 가능한지 <>노동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무역제한
조치를 내릴 수 있는지 조차도 합의되지 않았다.

그러나 노동기준이 낮더라도 개도국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거나 무역을 제한
하는 조치는 취하지 않겠다는 내용을 선언에 포함시키자는데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노동기준과 관련, 이번 각료회의에서 취할 수 있는 방안은 세가지 <>별도의
각료선언을 채택하거나 <>각료들의 정치적인 선언을 통해 압력을 넣는 방법
<>그동안 논의된 내용을 의장이 요약 발표함으로써 문제를 제기하는 방안
등이 그것이다.

의견대립이 워낙 첨예하자 미국과 노르웨이는 이번 각료회의에서 별도
선언 채택방안은 포기했다.

또 세번째 방안에 대해선 주요 회원국들이 너무 약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다소 완화된 내용을 각료회의선언에 포함시킨는 쪽으로 가닥이
잡혀갈 공산이 큰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국은 개정 노동법에 복수노조을 허용키로 함으로써 핵심노동기준을 충족
시켰다.

따라서 "무역과 노동기준" 논의를 적극적으로 밀고나갈 필요도 있고 그렇게
하는 것이 상품쪽에서의 다른 논의에 상품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임금분야에서 동남아 국가들이 갖는 비교우위를 어느정도 극복할
수 있다는 계산도 하고 있다.

< 싱가포르=박기호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