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의 이번 인사는 지난해에 비해선 분명 "소폭"이다.

작년에는 11월에 부회장 3명을 포함 사장단 16명을 교체했고 12월에는
30명의 부장을 이사보로 승진시키는 등 67명에 대한 임원인사를 실시했었다.

두차례 인사를 합해 모두 83명이 승진하거나 전보됐었다.

올해보다 22명이나 많은 규모다.

당시에는 이웅렬회장 체제의 출범을 위한 사전정지 작업의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폭도 컸고 움직이는 사장들도 많았었다.

그에 비해 이번 인사는 주력계열사 사장 교체도 없고 대표이사급의 자리
이동도 4명에 그쳤으니 작은 규모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내용을 보면 꼭 그런 것만은 아니다.

우선 인사에 있어 계열사의 벽이 깨진 점이 눈에 띈다.

지난해까지 보기 어려웠던 계열사간 전보가 올해는 13명.

그 가운데 승진해 전보된 경우가 7명이나 된다.

그동안 코오롱그룹에선 한 회사에 입사하면 그 회사에서 퇴직하는 것이
관례였다.

코오롱 관계자는 "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앞으로 계열사간 인사
교류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계열사간 경쟁을 강조해온 이회장이 단순한 양적경쟁을 경계하기
위해 순환근무를 지시한 데 따라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사는 또 지난 9월 코오롱이 발표한 불황타개대책을 상당 부분 반영
하고 있다.

관리 지원 인력을 전진 배치하겠다는 방침에 따라 그룹기조실에서 기획
업무를 맡아온 김일두사장 이하 3명의 임원이 계열사로 옮긴 점이 그렇다.

연공서열보다는 능력과 실적이 강조된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나종태 신임코오롱호텔사장은 전무와 부사장을 거치지 않고 상무에서
곧바로 승진했다.

그룹기조실의 김남수이사와 회장비서실의 장원규이사보는 승진한지 1년만에
상무와 이사로 각각 승진했다.

이번 인사는 사실 뚜껑이 열리기 전부터 주목을 받아왔다.

이회장이 취임 후 첫해를 마무리 짓는 인사이기 때문이다.

폭은 적지만 "능력주의"를 강조한 것이 이회장이 선택한 인사 원칙인 듯
하다.

< 권영설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