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의 이홍구 대표가 어려운 우리 경제상황에 대한 정부의 진단과
대처능력에 회의를 표하면서 앞으로 집권당 대표위원으로서 경제문제를
직접 챙기겠다고 선언했다.

뿐만아니라 각종 정부정책의 수립 집행과정에서 당이 소외되는 일이 없도록
최대한의 정치력을 발휘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대표는 11일 당출입 몇몇 기자들과 오찬간담회를 갖고 이같은 뜻을 밝힌뒤
앞으로 당내에서 "대표와의 대화"를 상설화, 각종 현안에 대해 시간제한 없는
토론 등을 거쳐, 분명한 결론을 도출할수 있도록 당의 정책결정과정 시스템을
바꾸겠다고 말했다.

더이상 정부에만 맡겨놓기에는 불안하다는 말도 했다.

당이 정책을 주도하는 한편 의원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도 직접 의원들
과의 대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평소 원만한 당정 협조관계를 강조해온 이대표가 이같이 "강성"으로 선회한
데는 정부측이 최근의 노동관계법 개정안 마련 과정에서 당을 철저히 소외
시킨데다 촉박한 국회 일정에도 아랑곳 않고 회기내 처리를 주문한 점 등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대표는 "얼마전에 국무총리까지 지냈으면서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이 어떻게
들릴지 모르지만 뭔가 달라져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동관계법안의 경우 의원 개인별로는 찬반이 갈리는데다 검토할 시간도
주지 않고 일부의 결정으로 "회기내 처리"라는 식으로 당론이 결정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밝혔다.

이대표의 발언은 이같은 상황이 되풀이 되는 것은 바람직한 국정운영이냐
하는 점에서도 의문이지만 정치의 무력화를 초래하는 것으로 더이상 재연
되어서는 안된다는 개인적 소신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대표는 정부, 특히 경제부처 각료들에 대해 거의 신뢰할수 없다는 심정을
토로했다.

이대표는 "경제정책이 성장위주여야 하는가 아니면 물가안정 등을 고려한
긴축정책이어야 하는가 등 정책기조에 대해서도 일관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대표는 또 "정확한 현실 진단이 있어야만 시의적절한 처방이 나오는 것
아니냐"며 현 경제팀의 현실진단이 안이하다고 지적했다.

<박정호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