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코에서 일하게 된 것은 개인적으로 볼때 매우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국수주의적이라는 기존 평가를 탈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사고의 범위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11일 네트워크장비 공급업체인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의 신임 사장에
취임한 홍성원 전현대전자부사장(51)은 "전직장보다 사회적인 영향력이 큰
자리는 아니지만 주변부에서 국내기업이나 외국기업을 객관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시스코에서 스카웃제의가 왔을때 일언지하에 거절했던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국제화시대에 맞는 개인적인 경험도 쌓고 현장에서
일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고 승락동기를 밝혔다.

그는 "외국기업들이 돈만 벌어 나간다는 생각은 버려야 할때"라고
전제한뒤 "시스코같은 외국업체들이 한국기업들의 취약한 부분을
보충해주는 역할을 해왔으며 실제로 상호이익이 되는 일이면 기업을
불문하고 항상 협력관계를 맺어왔다"고 말했다.

홍사장은 그러나 사장에 취임하면서 현대전자와 3단계 협력에 대한
밀약이 있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전혀 그런일이 없다"고 부인하면서도
"그것이 기업활동에 이익이 된다면 적극적으로 감안해 보겠다"고 말했다.

삼보컴퓨터와 통신업체인 BT코리아, 두루넷 등의 업체와 협력해 통신시장
개방에 대비해 사전활동을 벌이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에 대해서도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그는 앞으로의 영업활동에 대해서는 담당 임원들이 주축이 돼 펼쳐 나갈
것이라며 "다만 복잡한 유통구조를 개편하고 판매업체들과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는 라우터를 중심으로한 네트워크장비를 수입
공급하는 네트워크전문업체로 94년 처음 국내에 진출한 후 연평균 100%의
고속성장을 거듭해왔으며 올 6월에는 WAN (장거리통신망) 장비 공급업체인
스트라타콤코리아사를 인수한 바 있다.

관계 재계 연구소 학계등 여러방면에서 경험을 쌓아온 홍사장은 "이제
정치만 하면 모든 코스를 다거치게 되는 셈"이라며 "이곳에서 최선을
다하고 하늘이 원한다면 다른 길도 걸어볼 수 있지 않겠느냐"며 여운을
남겼다.

< 박수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