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썽 많던 당산철교가 오는 31일 철거에 들어간다.

이에 따라 전철 2호선 당산철교 운행이 중단돼 당산~합정역 구간은 이용하는
30여만명의 시민들이 겪을 불편을 상상을 뛰어 넘을 것같다.

오는 99년 12월 철교가 완공돼 가동될 때까지 만 3년이란 기간은 여간 긴
기간이 아니다.

그동안 당산철교 철거를 둘러싼 논란이 많았다.

보수-보강후 다시 사용하자는 일부의 주장이 있었지만 서울시 당국은 보수후
사용한다 해도 수명이 10년정도에 불과할뿐 아니다.

이 경우에도 1년정도 전동차 운행을 중단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 철거하는
것이 오히려 경제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단계에서 서울시의 철거 결정을 놓고 시비를 가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

더욱이 서울시 당국의 말처럼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위험"을 확인하고서도
교통문제만을 생각해서 시민의 생명을 위험속에 방치할수는 없는 일이다.

교통문제가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사고를 막는 것보다 우선할수 없기 때문
이다.

그러나 우리는 참으로 한심하고 답답하고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수 없다.

60년대 초반이래 이것저것 따져볼 겨를없이 빨리 달려온 과정에서 시행착오
도 많이 겪었다.

고도성장이 지상과제였던 시절에는 그렇다 치더라도 완공된지 불과 12년밖에
안된 철교를 다시 헐어야 한다는 건 어떤 이유로도 변명될수가 없는 일이다.

우선 당산철교의 설계회사 시공회사 그리고 부실하게 설계되고 시공된 철교
를 수용한 서울시 당국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잘못에 대한 책임을 밝혀내고 묻지 않으면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을
교훈을 찾아낼수 없는 것이다.

둘째 서울시가 셔틀버스 무료운행, 30일부터 운행이 시작되는 5호선(여의도~
왕십리)의 운행간격 단축과 운행횟수 증편 등 당산철교 주변 교통대책을 마련
하고 있으나 교통난은 예상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할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철저한 대비가 있어야 한다.

시민에게 불편을 찾아달라는 호소만으로 서울시가 할일을 다했다는 자세를
가져서는 안된다.

셋째 어떤 공사든 부실하게 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점이 있는데 이번
일을 이런 문제점을 도려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당산철교가 기술부족으로 잘못 시공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그밖에 숱한 건축물과 구조물이 부실하게 건설될수
밖에 없는 요인이 있다.

시공회사가 여기 저기에 돈을 바치고나서 결국 부실공사를 통해 수지를
맞추려하는 것은 이제 다 알려져 있는 잘못된 관행이 아닌가.

이런 관행을 뜯어 고쳐야 하는 것이다.

넷째 당산철교의 재시공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공기단축이 능사는 아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시공에 차질을 빚는 일은
없어야 한다.

성수대교 삼풍백화점과 같은 참사를 겪은 후에도 얼마나 많은 부실공사가
자행되고 있는가.

적당히 주걱구구식으로 하고 사고나는건 운수소관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잘못이 계속되고 있다.

이제 이런 일은 되풀이돼서는 안된다.

원칙이 지켜지고 합리가 통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