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평론과 시장조사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동서식품의 이규섭 시장조사팀장을 보면 알수 있다.

이팀장은 81년에 동서에 입사, 15년째 줄곧 시장조사업무만 맡고 있다.

국내 최장의 시장조사 경력자다.

그러나 대학전공은 엉뚱하게도 미술평론(홍익대 미대)이다.

이팀장은 "미술사조가 인상파에서 후기인상파로 변하는데는 반드시 사회
정치 경제적 배경이 있다.

마찬가지로 소비자의 기호가 이 제품에서 저 제품으로 변하는 데도 역시
배경이 있기 마련이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그림을 그리거나 평론을 쓰지는 않지만 항상 작품을 만들고
있다는 기분으로 산다.

이팀장은 최근 또다른 "작품"을 내놓았다.

그것은 16년만에 맛과 향을 바꾸고 병모양까지 완전히 달리한 "뉴맥심"
이다.

이 작품 역시 소비자들의 수요변화를 포착한 시장조사의 결실이다.

"소비자들이 기호가 부드럽고 향이 깊은 고급커피를 선호하고 있다"는
결과를 활용한 것.

그래서인지 "뉴맥심"의 초기반응은 괜찮은 편이다.

동서식품이 국내 커피시장에서 수위자리를 굳건히 지켜온데는 베테랑
이팀장의 시장조사가 한 몫을 했다.

소비자들보다 반발짝 앞서 나갈 수있었던 것이다.

동서는 시장조사에만 매년 10억원정도를 투자한다.

식품업계 최대 규모다.

내로라하는 대기업에 비해서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 수준이다.

올해같은 불경기에도 시장조사비만큼은 "노터치"다.

이팀장은 신바람나게 일할수 있는 이유다.

시장조사는 더이상 의사결정을 참고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반드시 고려해야할 사항이 됐다.

시장이 경쟁체제로 나갈수록, 소비자중심으로 변할수록 시장조사는 빛을
발휘한다.

그래서 이팀장은 관리자로 승진하기보다는 시장조사 전문가로 승부를
걸고 있다.

< 김광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