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위원장 권영길)은 12일 정부의 노동관계법 개정에 맞서 13일
오후 1시부터 4시간동안 시한부 총파업을 벌이기로 했던 방침을 전격 유보
했다.

민노총은 이날 저녁 8시부터 자정까지 지도부와 산별대표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긴급임원회의에서 노동법 개정안 연내 처리가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 이같이 결정했다.

그러나 정부 여당이 노동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노동법 연내 개정을
강행할 경우에는 오는 16일이나 17일께 즉각 총파업에 돌입키로 했다.

긴급회의에서는 총파업을 당초 계획대로 밀어붙이자는 주장도 일부 제기
됐으나 무리하게 추진할 이유가 없다는 신중론이 우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민노총 정성희 대외협력국장은 긴급회의 직후 "정부 여당이 국민의 여망에
부응해 노동법 개정방침을 철회할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주기 위해 13일의
1단계 파업을 유보키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민노총의 이같은 결정은 야당 시민단체및 일부 여당의원들의 반대로 노동법
연내 개정이 불투명해진데다 노동법 개정안에 대한 국회 논의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파업을 벌이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서울지하철을 비롯한 공공부문노조들이 총파업에 동참하지 않고
현대그룹노동조합총연합(현총련)이 민노총 집행부에 파업투쟁 일정을
신중하게 결정해달라고 건의한 것도 민노총의 방침 변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현총련은 11일밤 열린 중앙위원회에서 섣불리 총파업에 돌입할 경우 입지만
약화될수 있으므로 신중히 결정토록 민노총에 건의키로 결의했다.

또 서울지하철 부산교통공단 한국통신 노조와 전국병원노조연맹 등 민노총
산하의 공공부문노조들은 지난 9일 전후에 각기 투쟁본부회의 등을 갖고
13일의 1단계 총파업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김광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