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이 차의 생명을 좌우한다"

국내 자동차 디자인은 불과 몇년전만 해도 정통 세단형이 주를 이뤘다.

그러다가 최근들어 곡선을 강조한 디자인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올들어 각 업체들이 스포츠카를 내놓으면서 이러한 현상은 더욱
두드러져 현대 티뷰론의 경우는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호평을 받기도 했다.

자동차 디자인은 어떤 과정을 거쳐 결정되는가.

현대자동차 티뷰론을 예로 들어보자.

티뷰론이 현재의 모습을 갖추기까지는 수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했다.

초기 아이디어 스케치에 든 종이만도 2.5t 트럭 한대분이었을 정도.

차에 대한 초기 컨셉트를 잡기 위해서는 사전 시장조사가 필수적이다.

시장조사는 보통 해외 모터쇼등에 나타난 세계 자동차 디자인의 흐름을
파악하는 것이다.

자체 시장조사가 끝났을 경우 초기 형상을 잡게된다.

티뷰론(프로젝트명 J.COUPE)의 초기 컨셉트는 3차에 걸친 품평회를 통해
결정됐다.

스포츠카의 강한 느낌을 주기 위해 전체적으로 에어로 다이내믹한 형상과
근육질의 볼륨감을 강조하는 것이 기본 컨셉트.

이러한 컨셉트에 기초를 두고 아이디어 스케치 단계를 거친다.

수많은 스케치 가운데 기본 컨셉에 가장 근접한 것을 채택한다.

그리고 랜더링(스케치에 색상을 입혀 실제모습 처럼 보이게 하는 것)과
여러개의 스케일 모델 제작과정을 거치는 작업이 진행된다.

스케일 모델 제작은 4단계로 나뉘어 진행된다.

1> 투명한 테이프에 차의 형상을 드로잉하는 단계

2> 그 형상대로 진흙을 깎아 클레이모델을 만드는 단계

3> 실제 차의 크기에 맞춰 다시 드로잉하는 단계

4> 실물 크기만한 클레이 모델을 제작하는 단계.

클레이 모델이 완성되면 거기에 페인팅을 한다.

그러면 실제 완성차와 모양이 거의 비슷해진다.

물론 여기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프리젠테이션 과정을 거친후 수정할 부분이 지적되면 처음부터 똑같은
과정을 몇번이고 밟아야 한다.

최종 모델 결정 과정에서는 풍동시험을 병행하게 된다.

공기의 역학구조를 측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탄생된게 현재의 티뷰론이다.

현대는 티뷰론을 "정중동을 형상화시킨 차세대 쿠페"라고 설명한다.

현대자동차 최출헌 디자인4팀장은 "디자인은 보통 4년후의 소비자 기호를
미리 파악해 결정한다"며 "차 디자이너의 영원한 과제는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는 변화를 분석,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태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