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골드 모자이크를 이용한 독특한 조형작업으로 주목 받아온
심현지씨가 12~22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갤러리아미 (514-5568)에서
작품전을 열고있다.

출품작은 생활주변의 사물들을 FRP로 빚은 다음 표면에 작은 유리
조각들을 빼곡하게 입혀 만든 "기쁨" "순환" "자화상" "주머니" "의자"
등 20여점.

맑은 유리조각 위에 순금막을 씌우고 그위에 하얀 수정가루를 덮어
구워낸 재료들은 하나하나 직접 손으로 만든것들.

여기에 자잘하게 부풀린 털로 만든 선들이 엉켜있는 작품들은 조각과
금속공예, 모자이크와 오브제 작업이 교묘하게 혼재돼 있는 독특한
스타일을 보여준다.

심씨의 이번 작업은 "여행"이라는 하나의 테마로 묶여 있다.

자신의 인생여정을 작품을 통해 암시하면서 지금까지 겪어온 단상의
조각들을 모아 일련의 사물과 형태로 형상화한 것.

여성으로서 살아온 삶, 구체적으로 20~50대까지의 삶을 4개의 방으로
구분해놓은 그는 각각을 상징하는 사물들을 설정하고 점차 성숙돼가는
과정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고무신과 알 사과 꽃 말 등이 모든 것에 희망을 두던 젊은날의
초상이라면 자그마한 경대와 거울, 부풀려진 소파와 의자 모자 등은 바로
중년이후의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자성과 반추의 의미를 지닌 상징물인
셈이다.

심씨는 고려대 농대를 졸업한 뒤 71년 프랑스로 건너가 아카데미
샤르팡티에 미술학교와 파리 국립생활조형미술학교를 졸업한 뒤 줄곧
현지에서 활동해 왔다.

< 백창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