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속에 감량경영을 추진하며 바쁜 한해를 보냈던 대기업그룹 총수들은 대
부분 이번 연말연시를 새해 경영계획을 짜며 "조용히" 보낼 예정이다.

15일 재계에 따르면 이달초 일본으로 출국한 이건희삼성그룹회장은 내년초
까지 계속 일본에 머물며 일본 주요기업의 경영진들과 연쇄적인 면담을 갖고
경영구상을 가다듬을 계획이다.

이회장은 매년 연말연시를 국내에서 보내고 1월말 또는 2월초에 장기외유에
나서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올해는 처음으로 연말연시를 줄곧 일본에서 보
내기로 했다.

해마다 연말연시를 해외에서 보내온 김우중대우그룹 회장은 오는 23일께 해
외로 출국, 현지 임직원들을 격려하고 사업구상을 한 뒤 그룹 시무식이 있는
내년 1월3일께 귀국할 예정.

김회장은 또 자신의 회갑일인 19일에는 별도 행사없이 가족과 조촐하게 보
낼것으로 알려졌다.

정몽구현대그룹회장과 구본무LG그룹회장은 아직 구체적인 일정을 확정하지
않았지만 예년의 경우처럼 자택에서 휴식과 함께 새해 경영계획을 짜고 신년
엔 각각 명예회장집에서 차례를 지낼 계획이다.

최종현선경그룹회장도 국내에서 조용히 연말연시를 보낼 예정이다.

정인영한라그룹 회장은 19일 호주 출장에서 귀국해 24일이나 25일께 다시
동남아로 출국하는 등 평소와 다름없이 바쁜 연말을 보낸 뒤 30일께 다시 귀
국해 자택에서 새해를 맞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웅렬코오롱그룹 회장은 오는 18일 경영전략회의를 주재, 내년도 경영계획
을 최종 확정하고 크리스마스가 지난 뒤 신정연휴가 끝날때까지 해외에서 경
영구상을 할 예정이다.

김석준쌍용그룹 회장은 해외출장계획없이 선친 묘소가 있는 용평에서 가족
과 함께 연말연시를 보낼 것으로 알려졌다.

김승연한화그룹회장은 여느때처럼 연말연시에 국내에 머물 계획이다.

김회장은 계열사인 한화종합금융의 경영권 분쟁을 수습하는데 총력을 기울
일 전망이다.

이밖에 김선홍기아그룹회장, 장치혁고합그룹회장, 김준기동부그룹 회장은
평소처럼 국내에 머물면서 연말연시를 보낼것으로 알려졌다.

< 차병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