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2001년까지 마무리지으려고 하는 금융개혁작업은 금융산업구조가
비슷한 한국에도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클 것으로 지적됐다.

최근 "동북아시아의 번영을 위한 한.중.일의 정치적 경제적 역할"이라는
주제로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이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한 가와이 마사히로
일본 도쿄대 경제학과교수는 수출부진과 수입증대에 따른 경상수지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한국경제도 어느정도 여건이 개선되면 다시 정상궤도에 들어
서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와이교수는 그러나 현재의 문제가 스스로 풀릴 것으로 낙관하고 좌시하고
있기 보다는 "외환보유고에 대한 적정관리 등 보다 적극적인 국제수지방어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아시아경제가 성장 한계점에 도달했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
"그렇게 너무 단순화해서 볼 필요는 없다"고 설명한 가와이교수는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인들을 감안해 볼때 아시아 경제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본사 양봉진 국제.정치.경제.증권총괄부장이 국제경제전문가인 그를 만나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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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년간 한국경제는 눈부신 성장세를 지속해 왔습니다.

그러나 올들어 경상수지적자규모가 2백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총체적인 위기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더욱이 지금껏 늘어나는 경상수지적자를 상쇄시켜온 외자유입이 줄어들고
있어 국제수지마저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지금 한국경제가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한 진단과 치유책을 든다면.

<>가와이 마사히로교수=솔직히 말씀드려 한국경제사정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제가 이해하기로 현재 한국정부나 국민들이 우려하고 있는 것은
경상수지적자가 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외자유입마저 줄어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외자유입은 줄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급격히 늘어나는 것도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라고 봅니다.

외자유입의 증감자체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제 생각으로는 지금처럼 경상수지적자가 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정부
가 해야할 일은 외환보유고를 늘리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외환보유고는 일종의 완충지대로 늘어나는 국제수지적자에 대한 대응책으로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죠.

-한국은행의 외환보유고를 하나의 방어수단으로 간주하고 계신 것 같은데
그렇다면 한국은행의 적극적인 외환시장개입을 염두에 두고 하시는 말씀
입니까.

<>가와이교수= 원화가치하락은 곧 수입품가격 인상으로 연결돼 국내물가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수 있습니다.

따라서 원화를 떠받치기 위한 한국은행의 개입은 정당성을 지닐 수
있습니다.

이는 곧 경상수지적자를 줄이는 길이기도 하지요.

다시말해 한국은행의 외환시장개입에는 득실이 있게 마련이고 득과 실중
어느것이 크냐는데 관심이 모아져야 할 것입니다.

이 둘간의 경중에 확신이 서지 않는 한 현재로선 한국은행이 외환시장에
개입하는게 바람직한지는 확실하게 말씀 드릴 수 없습니다.

다만 원화의 가치하락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고 판단할 경우 한국은행이
나서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은 지울수 없습니다.

-원화평가절하가 우리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분명 이중적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원-달러관계뿐만 아니라 달러-엔환율 또한 중요합니다.

한국제품과 일본제품중에는 경쟁관계에 있는 것들이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가와이교수=올바른 지적입니다.

이런 상황을 극복하기위해선 한국수출제품의 품질경쟁력확보가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세계수출시장에서 한국제품이 일본제품과의 품질경쟁에서 이겨야지만 환율
변동에서 오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겠지요.

-달러-엔화환율에 대한 장.단기전망은 어떤지요.

<>가와이교수=먼저 단기적으론 현재수준 혹은 엔화의 약보합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봅니다.

왜냐하면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일본정부는 저금리정책을 고수하고
있으며 따라서 금리차를 노린 일본보험회사 신탁회사등 기관투자가들이
적극적으로 미국 호주 캐나다등으로의 해외투자를 늘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같은 일본의 해외자산투자는 달러화 가치상승에 긍정적 효과가
있습니다.

요즈음같은 엔저는 그러나 일본의 경상수지흑자를 부추기고 이에 따른
미국업계의 압력이 다시 거세지면서 엔화가 강보합을 유지하게될 것으로
봅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엔화의 가치가 다소 떨어지지 않겠느냐는게 제생각
입니다.

그 이유는 국가경제에 중심역할을 하며 저축지향적인 40~50대 세대가
퇴조함과 동시에 소비지향적인 신세대의 출현으로 저축률이 떨어져 일본
경제의 경쟁력도 그만큼 후퇴할 것입니다.

따라서 그때쯤이면 엔이 약세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 난 20~30년간 아시아경제는 매우 빠른 성장을 구가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몇몇 경제학자들은 아시아경제는 이미 성장한계점에 도달했다
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귀하의 견해는 어떻습니까.

<>가와이교수=폴 크루그만박사의 주장을 염두에 두고 하시는 말씀 같은데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크루그만박사는 아시아경제는 자본축적 인적자본축적을 통해 경제성장을
이룩했지만 가장 중요한 기술축적에는 실패했으며 이로 인해 경제성장의
한계를 드러낼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아시아국가의 자본과 노동공급은 원할한 편입니다.

한국의 경우 노동력부족으로 인한 임금상승을 경험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다시말해 인적요소우위에 따른 경쟁력이 많이 퇴조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는 동남아의 저임금 노동력으로 대체가 가능합니다.

많은 한국기업들이 이들 지역으로 생산시설을 옮긴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만약 자본과 노동공급이 정말 원할하지 못해
경제성장이 한계에 부딪힌다면 이를 극복하기위해 자연적으로 혁신을 통한
신기술개발쪽으로 눈을 돌리게 됩니다.

아시아경제는 그렇게 할수 있는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봅니다.

만약 그렇지 못할 경우 크루그만 박사 주장대로 심각한 상황이 벌어질
것입니다.

그러나 선진국의 경험에 비춰 볼때 그런 상황은 오지 않을 것으로 낙관
합니다.

-최근 하시모토 류타로총리내각은 이른바 "빅뱅"이라고 일켤어지는 과감한
금융개혁안을 발표했습니다.

이에대한 일본의 진행상황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가와이교수=오는 2001년까지 완료되는 금융개혁은 한마디로 시대에
뒤떨어진 외환관리법등 일본금융제도에 메스를 가해 국제적 기준으로
끌어올리는 작업입니다.

현재 여러 위원회가 구성이 돼 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본인이 소속된 외환관리법위원회는 도쿄외환시장을 뉴욕 런던등 금융
선진국의 외환시장과 경쟁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입니다.

또한 금융규제시스템을 국제수준에 맞게 뜯어 고치는 것도 이번 금융개혁의
큰 줄기중의 하나입니다.

각종 규제완화와 투명성확보를 통해 금융기관들이 보다 자유롭게 영업활동
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이와함께 외국인 투자가들이 안심하고 일본시장에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적하신대로 일본주가선물시장이 도쿄가 아닌 싱가포르에 선것도 이런
복잡하고 수많은 규제들 때문으로 생각됩니다.

한국금융산업도 제조업에 비해 크게 낙후됐다는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 일본금융시스템과 매우 흡사한 한국등 인근 국가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것으로 기대되는데요.

<>가와이교수=사실 그동안 일본은 금융시장에 관한한 매우 보수적
이었습니다.

따라서 일본은 본의 아니게 한국 대만금융시장을 보호해 왔으며 반대로
한국과 대만은 일본금융시장을 지켰습니다.

이는 곧 이들 3개국 모두 경쟁없이도 지금까지 잘 지내 왔다는 얘기입니다.

물론 시장개의 방필요성도 못느꼈습니다.

그러나 일본이 싱가포르나 홍콩과 인접한 국가였다고 가정한다면 사정은
1백80도 바뀌었을 것입니다.

지금같은 금융시장시스템으로 이들 국가들과 과연 경쟁이 가능했겠습니까.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그런면에서 이제 일본이 변화를 위한 시동을 걸고 있으며 한국 대만등에
파급효과는 매우 클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금융시장의 국제화에도 일조를 하리라 믿습니다.

-얼마전까지만해 일본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는 외신보도를 접한 것으로
기억합니다.

현재 일본경제상황은 어떻습니까.

<>가와이교수=일본경제는 서서히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정리문제등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에서 아직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더구나 소득세감면혜택축소와 소비세인상등으로 내년도 경제성장률은 크게
낮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97회계연도가 시작되는 내년 4월부터 한국의 부가가치세에 해당하는
소비세가 현 3%에서 5%로 인상됩니다.

소득세감면혜택도 내년 3월까지만 유효합니다.

이로인한 민간소비위축으로 내년도 경제성장률은 그어느때보다 낮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오는 99년을 목표로 유럽통화통합이 가시화되고 있습니다.

일본은 어떻게 대응전략을 짜고 있습니까.

<>가와이교수=정부 산업계 학계등이 유럽화폐통합(EMU)으로 발생하는
영향을 여러측면에서 심도있게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EMU로 인해 국제환율시장이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현재로선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는 불가능하지만 유럽단일통화가 대달러
혹은 대엔환율움직임폭이 상당히 커질 수도 있습니다.

또 현지에 진출한 일본금융기관들이 화폐통합으로 인한 컴퓨터시스템등
모든 은행결제시스템의 환경변화에 보조를 맞추고 있습니다.

이미 몇몇 유럽은행들은 새로운 시스템도입에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자칫 이런 흐름에 뒤처질 수 있습니다.

미리미리 대비를 해야지요.

-미국증시가 활황세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몇몇 전문가들이 이를 "버블"장세라고 하기도 합니다.

또 일본증시는 최근 몇년간 침체에 빠져 있습니다.

미국증시와 일본증시를 각각 전망해 주시지요.

<>가와이교수=만약 인플레를 우려하는 미중앙은행이 금리인상을 추진할
경우 미국증시의 폭락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문제는 금리인상시기가 언제이냐 하는 것입니다.

말씀하신대로 일본증시는 현재 침체에서 허덕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더이상 추가하락은 없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일본금융기관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만 봐도 알수 있습니다.

이는 국내증시에 대해 어느정도 자신감을 얻었다는 증거입니다.

저 또한 부실대출등 문제가 여전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경제는 이미
바닥을 친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국민들 사이에 경제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형성되고 있어 증시도 점차
좋아지리라고 봅니다.

< 정리 = 김수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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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력 >

<>일 도쿄대 경제학 석사
<>미 스탠포드대 경제학 박사
<>존 홉킨스대 조교수
<>일 경제기획청산하 경제연구소 객원연구원
<>현 도쿄대 사회과학연구소 경제학 교수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