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이스나 훅은 의지와 상관없이 골퍼가 잘못쳐서 나타나는 구질이고
페이드와 드로는 골퍼가 의도를 갖고 만드는 구질로 볼 수 있다.

드로나 페이드는 코스 구조를 감안, 일부러 약간씩 휘어지게 치는 구질로
프로들의 전유물이란 생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실상 드로나 페이드가 반드시 "프로의 세계"는 아니다.

같이 골프 치는 사람가운데 핸디캡 10인 골퍼가 있는데 그는 늘 드로나
페이드를 시도한다고 말한다.

"뜻대로 안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아주 재미있어요.

똑바로 치려다가 볼이 휘면 기분이 별로지만 의지를 갖고 볼을 조금씩
휘게하면 되든 안되든 뿌듯해 집니다.

드로나 페이드를 걸겠다는 생각 자체가 골프를 내 의도대로 컨트롤한다는
뜻이 될 것입니다"

그의 얘기에는 다음과 같은 숨은 뜻이 있을 것이다.

우선 드로나 페이드는 원천적 스윙 잘못을 아예 배제하는 의미가 있다.

드로나 페이드는 아주 "고단위 스윙개념"이기 때문에 뒷땅이나 토핑
또는 아주 부실한 임팩트등 스윙의 원천적 잘못을 이미 제쳐버린다는
뜻이 있다.

드로를 건다는 골퍼가 토핑을 내지는 않을 것 아닌가.

사실 80대 스코어를 유지하는 골퍼들도 그들의 스윙에 드로나 페이드를
집어 넣을 수 있다.

드로나 페이드는 정렬만 조정하면 만들어 지는 구질이다.

오픈 스탠스로 서서 정렬한대로 "제 스윙"을 하면 페이드이고 클로스
스탠스로 서서 정렬한 그대로 스윙하면 드로구질이 생겨 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