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재영 <외식산업연구소장>

우리나라 외식시장은 88서울올림픽을 기점으로 88년 7조원, 96년
23조원으로 연평균 20%이상의 급격한 성장세를 보였다.

이같은 추세라면 2000년에는 30조원이상의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95년 도시근로자 소비지출중 식료품비에서 외식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15%로 매년 30%이상 증가하고 있다.

외식산업의 성장속도가 이같이 빠른 것은 90년대들어 지속적인
경제성장으로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삶의 질 향상"을 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외식시장에는 최근들어 수많은 외식업소들이 다양한 업종과 업태를
내세우며 우후죽순식으로 늘어나고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주변을 보더라도 새로운 건물이 생기면 어김없이
외식업소가 함께 들어서고 있다.

한 마디로 "외식산업의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다.

이런 현상은 올들어 특히 두드러졌다.

경기침체의 장기화로 많은 기업들이 명예퇴직및 조기퇴직을 실시하면서
퇴직 샐러리맨들이 외식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외식업이 괜찮은 장사로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해외유명 외식업소들이
속속 도심에 휘황찬란한 광채를 발하는 걸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외식업을
"황금어장"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우리나라 외식산업의 동향을 심층적으로 분석해보면 상황은
이제 예전같지 않다.

계속 늘어만 가는 외식업소들로 인해 제살깎아먹기식 경쟁이 나타나고
있고 닭갈비전문점 김밥전문점등 인기를 얻고 있는 업종의 수명도 계속
짧아지고 있다.

또 불경기로 인한 고객들의 소비심리 위축으로 매출이 줄어드는 데다
높은 임대료, 적지 않은 인건비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수십년동안 업소를 운영해온 사람들조차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 정도다.

대기업이 운영하는 외식체인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대부분 2~3년전부터 외식사업을 시작한 이들 기업은 수십억원에 달하는
초기투자비 부담뿐 아니라 저조한 영업실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기업이 음식점을 하느냐"는 따가운 시선과 향락업소로만 보는 정부의
시각도 부담스럽기만 하다.

이제는 "음식점을 해서 재미를 봤다더라" 혹은 "지금 이런 업종이
번성하고 있다더라"는 식의 감만을 갖고 외식업을 만만히 봐서는 백이면
백 실패하고 마는 시대가 왔다.

경제성장과 더불어 외식횟수가 늘어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런
현상이다.

따라서 외식업은 분명 전망있는 사업임에 틀림없다.

누구든 어느정도의 적성과 노하우만 있다면 한번 도전해 볼만한 사업인
것이다.

그러나 지금 명심해야 할 것은 외식사업도 하나의 사업이란 사실이다.

아무리 적은 자본을 가지고 시작할수 있는 사업이라도 만만히 봐서는
안된다.

외식업도 이제는 장기적인 시장분석과 신중한 사업검토가 필요하다.

기존 업소와는 다른 차별화된 컨셉트와 분위기, 품질, 서비스등을
개발하기 위해 충분한 연구조사가 선행돼야 한다.

여기에다 외식업이 국민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가장 밀접한 부분인
만큼 단순히 영리만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사명감도 함께 가져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