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균 <연합기계할부금융 사장>

인류의 영원한 숙제인 사후세계가 과연 존재하는가.

사람들은 "죽음"이 모든 삶의 끝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사후의 세계"를 종교나 신앙이 아닌 과학적 체험적 실증적으로
연구한 사람이 있다.

버지니아 대학의 철학박사이며 의학박사인 레이몬드 무디 박사는
사후세계를 체험했다는 150명 가운데 50명을 직접 면담한 연구결과를
발표하고 강연도 다닌다.

그는 15가지 공통요소를 포함하는 "사후세계 체험의 전형"을 만들었다.

그가 면담한 심장병으로 입원했던 어느 여성의 사후세계체험담을
들어보자.

"나는 반듯하게 누워 있다가 엎드리는 순간 호흡을 할수 없었고 심장이
멎었다.

그순간 나는 나의 육체에서 떠나 침대 난간 사이로 빠져서 위로 떠올라
있었다.

위에 떠서 간호원들이 여러명 달려 오는 것을 보았다.

의사가 나를 소생시키려고 하는 것을 보았다.

간호원의 후두부도 보았고 그녀의 헤어스타일도 기억한다.

나는 마치 제3자인양 구경꾼인양 내 육체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유사한 체험담이 얼마든지 있다.

사고현장인 빌딩에서 자기를 끄집어 내는 장면 과정, 그들의 옷빛깔, 주고
받은 대화내용을 정확히 얘기하는 사례도 있다.

여기서 몇가지 의문이 있다.

"과연 죽었다가 소생한 것인가.

덜 죽은 것이 아닌가" "완전히 죽어 버린 경우도 사후세계는 존재하는가"
그런데 "죽음"의 정의는"생명표상의 결여" "뇌파활동의 정지" "소생이
불가능한 육체상태"등 다양하다.

"소생의 가능성"도 의학의 발달정도에 따라 다르다.

냉동방식으로 몇십년후에 되살리는게 가능하다는 설까지 있다.

"선행자와 악행자의 천당행과 지옥행은 사실인가"까지 이 부분의
체험담은 거의 없다.

지옥을 경험한 사람이 이를 감추기 위해 침묵한 탓일지도 모른다.

"자살"은 "사후에도 별로"라는 보고가 있다.

미국의 소위 자살박사, 잭 커보키안은 말기 암환자의 안락사를 도와줘
살인및 자살방조혐의로 기소됐으며, 연방최고법원은 방조받은 자살은
위헌이라고 판결했다.

"꿈과 환상과 사후세계체험이 잘 구별되지 않는다"는 것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그 많은 사교들이 궤변을 토하며 번창하는 이유도 이런 불확실성에 있지
않는가 싶다.

사후의 세계는 영원한 미지수인 것 같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