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인생이란 무거운 짐을 지고 먼 길을 가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회사생활을 시작한 이후 오로지 앞만 보고 달려온 필자에겐 특히
절실히 가슴에 와닿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서로 마음을 터놓고 정을 나눌수 있는 친구에 대한 애착은
더욱 더하다.

"이팔회"는 서울대 상대 홍릉캠퍼스 시절 학생회활동을 같이 했던
친구들을 주축으로 한 모임이다.

모두가 학창시절부터 흉허물없이 지내온 사이여서 처음엔 그저 두달에
한번씩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우의를 다지는 이름없는 모임이었다.

그래서 모임의 회장도 딱히 정하지 않았다.

그렇게 10여년을 만났다.

서로 흰머리가 희끗희끗해지자 누군가 "언제나 젊은 마음으로 살아가자"는
뜻에서 "이팔회"라는 이름을 제의했고 그 후부터 모임의 이름은 그렇게
정해졌다.

특히 우리 모임에는 학구파들이 많다.

서울대 배무기 교수 정영일 교수 성균관대 이대근 교수 등이 그들이다.

그래서 우리의 모임은 항상 화기애애하면서도 언제나 점잖은 분위기다
(술은 많이 마시는 편이지만).

그렇지만 그래서 오히려 그 만남이 못내 아쉽고 그립다.

"이팔회"라는 이름에 걸맞게 멤버들은 모두가 젊음을 잊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학창시절의 아름다운 꿈과 큰 뜻을 가슴 한편에 품고 이를 학계와 재계
등 각자의 생활에서 성실히 펼쳐가고 있는 것이다.

우선 언제나 밝은 얼굴에 유머가 풍부한 정영일 교수는 분위기 메이커.

배무기 교수는 노사관계 개혁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동분서주하느라
얼마전까지만 해도 얼굴보기가 힘들었다 .

"종속이론"으로 유명한 이대근 교수는 요즘도 활발히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

하진오 고문(코오롱그룹)은 오랜만에 일복을 덜고 망중한을 즐기고
있는 경우.

손기혁 사장 (동우섬유)도 누구보다 성실한 생활로 친구들의 신망을
받고 있다.

눈빛만 봐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깊은 정을 쌓았지만
남자들끼리만 만나는게 왠지 아쉽게 느껴질 때가 많았다.

그래서 3년전부터는 부부동반으로 만나고 있다.

부인들 간에도 서로 모르고 지내온 것은 아니었지만 아예 모임을 함께
갖기로 한 것이다.

처음엔 조금 어색하기도 했지만 이젠 부인들끼리도 마음을 터놓는
처지가 됐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12월 17일자).